최근 국내에서 유방암 발병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유방암 발생률은 지난 2001년 7165명에서 2011년 1만6015명으로 약 10년 새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유방암의 급증은 최근 여성들의 생활패턴 변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구화된 식생활로 패스트푸드와 같이 지방함량이 높은 음식섭취로 비만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음주, 흡연, 환경오염에 의한 발암물질 노출 증가가 유방암 발병 증가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학기술 발전에 따른 획기적인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유방암도 정복할 수 있는 시대에 왔다. 문제는 유방암 치료 후 암이 재발이나 전이가 잘되기 때문에 각별하게 치료 후에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전이성 유방암’ 편에서는 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전이 또는 재발을 겪은 유방암 환우를 위해 ‘전이성 유방암’ 치료법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그가 유방암 환자를 위해 헌신하게 된 것은 뜻밖의 계기였다. 김 교수는 “2008년 미국 연수시절 우연히 전이성 유방암 네트워크 모임에 참여했다. 전이 판정을 받은 유방암 환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료법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 서로 격려했다”며 “환자들이 이렇게 활기찰 수 있다는 사실이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때 한국으로 돌아가면 전이성 암환자를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유방암은 5년 생존율이 91%로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재발 위험도 있다. 김 교수는 “유방암 환자 10명 중 약 3∼4명 정도는 재발하거나 전이된다”며 “대부분의 사람은 90%의 가능성에만 주목하고 10% 가능성은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지워버린다”고 말했다. 환자는 투병을 시작하면서 ‘치료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랬기에 암이 전이됐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스스로를 실패자로 낙인 찍어버리고 만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 노출과 매우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일하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아이를 적게 낳는 등 상대적으로 여성호르몬에 대한 노출이 길어진 것도 한 요인이다. 특히 비만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과잉 생성될 확률이 높아 유방암 위험도가 높아진다.
유방암 재발 부위는 크게 2가지다. 유방암이 최초에 발생한 유방이나 겨드랑이 등의 ‘국소부위’ 재발이 있다. 또한 암이 뼈나 림프절, 피부, 폐, 뇌 등 피를 타고 퍼지는 ‘혈행성 전이’가 있다. 보통 전체 30%는 뼈에서, 30%는 피부, 그리고 나머지 30% 가량은 장기 등으로 암이 전이된다고 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소 부위의 암은 재발이 되더라도 완쾌되기가 쉬우나, 다양한 부위로 암이 전이되면 치료는 좀 더 까다로워진다.
유방암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다. 김 교수는 “암은 천의 얼굴이다. 사람마다 다 얼굴이 다르고 체형이 다르듯 암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한다”며 “표적치료제를 사용해서 치료해야 하는 환자도 있고, 호르몬 치료를 집중적으로 해야 하는 환자도 있다. 환자마다 적합한 치료법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체 유방암 중 약 70%는 호르몬 양성에 의한 것이며, 약 20%는 HER2 양성이 원인이 된다. 나머지 삼중음성 등 다양한 요인으로 암이 발병한다. 호르몬 양성 환자는 내분비 요법을 통해 치료한다. 크게 폐경 전 여성과 폐경 후 여성에 맞춰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HER2 양성 환자의 경우 표적치료제와 호르몬요법 등을 병행해 치료한다.
유방암 치료는 국소 치료와 전신 치료를 병행한다. 국소 치료에는 외과 수술로 유방암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치료와 방사선을 이용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사선 치료가 있다.
유방암 환자는 암이 전이되면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집중적으로 치료를 한다. 신체 전반에 퍼져 있는 암세포를 파괴하는 전신치료에는 항암 화학 치료와 암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호르몬을 차단하는 호르몬 치료가 있다. 항암화학요법은 약물을 사용해 전신에 퍼져 있는 암세포를 치료하는 전신치료다. 우리 몸의 일반 세포들은 자라면서 성장하고 어느 시점이 되면 파괴되는 세포주기를 갖는다. 하지만 암세포는 계속해서 성장해가는 일종의 돌연변이 현상을 갖는다. 항암제는 이러한 특징을 갖는 세포를 파괴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이런 빠른 증식을 하는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돼 있다.
유방암의 항암화학요법은 수술 후 남아있을 수 있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보조적인 치료로 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종양의 크기가 큰 경우에는 수술 전에 항암화학요법을 해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한다.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이라도 항암화학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급격히 자라는 암, 암으로 인한 증상이 심한 경우, 간이나 뇌 등으로 암이 다발성 진이가 될 경우, 3가지 약제 이상의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경우에 항암화학치료를 병행한다.
유방암을 정복하게 된 것은 획기적인 ‘표적치료제’의 역할도 컸다. 표적치료제는 암세포에만 발현되는 특정 표적인자를 찾아내 선택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암 치료효과를 높이고 정상세포의 독성을 줄여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치료다. 특히 HER2 수용체를 표적해 작용하는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암 정복이 가능해졌다. 표적치료제는 아무에게나 사용할 수 없다. 유방암 진단 후 유전자 검사를 통해 HER2 양성 여부를 확인해 환자 특성에 맞게 사용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과거 항암제는 효과가 좋았으나 건강한 세포까지 모두 사멸시켜 환자들에게 위험부담이 컸다”며 “그러나 획기적인 표적치료제로 인해 치료 부작용은 줄이면서 특정 암세포만 죽일 수 있게 돼 치료효과는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HER2 양성유방암은 다른 암 보다 새로운 치료 옵션의 연구 개발이 활발한 편이다. 김 교수는 최근 새롭게 등장한 표적치료제로 ‘퍼제타’와 ‘캐싸일라’를 설명하며 “퍼제타는 기존 표적 치료제와 병용하여 사용하는데, 전체 생존기간이 5년 가까이 연장되는 효과를 입증했으며 캐싸일라는 트로이목마처럼 특정 암세포에 결합한 이후 세포 내에서 화학항암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이상반응은 최소화 하고 치료 효과는 높다”고 전했다.
환자들 중 잘못된 민간요법 등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등에 수천만원을 들이고 정작 제대로 된 의학적 치료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겨서는 안된다”며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암이 전이가 돼도 ‘완치가 가능하냐’ 여부다. 김 교수는 “2004년까지만 해도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견해였다”며 “그러나 최근 전이암도 완치하는 사례도 있으며 전이암 생존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료진은 현재의학 수준에서 항상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암의 전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환자는 혼자라는 생각을 하지 마시고, 의료진과 함께 힘써 치료에 힘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병과 동행하는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라”고 말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전이성 유방암, 표적치료제 개발로 정복 단계 진입
입력 2014-12-01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