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나이프는 뇌종양과 뇌동정맥 기형 삼차신경통 등을 방사선으로 수술하는 첨단 장비다. 이 시스템은 201개의 방사선원을 반구모양의 헬멧 내에서 마치 돋보기로 햇빛을 한 점에 모으듯 한 군데로 집중해 조사함으로써 정상 뇌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오직 병적 조직에 대한 방사선 조사량을 극대화해 집중적으로 병변을 파괴 또는 괴사시킨다. 이른 바 칼을 쓰지 않는 수술이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폐암 또는 유방암 등의 전신 암의 뇌전이 뇌종양, 뇌하수체 종양, 뇌수막종, 청신경종, 삼차신경종 등의 양성 뇌종양, 뇌동정맥기형, 해면상혈관종과 같은 뇌혈관 질환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그 외에 삼차신경통과 같은 기능성 뇌질환, 일부 재발성 악성 뇌종양 등에서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간질, 진전증, 파킨슨병 같은 난치성 질환에도 적용되고 있다.
주부 조현주(43·가명)씨는 일주일 전부터 약을 먹어도 계속되는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조씨는 2005년 7월 왼쪽 유방암으로 수술 및 항암치료 후 5년간 경과를 관찰하던 중이었다.
진단 결과 유방암이 뇌로 전이가 되어 무려 8개의 전이성 병변이 뇌 MRI에서 발견됐고 심지어 생명 중추인 숨골(뇌간부)에도 전이성 뇌종양이 있었다. 이미 뇌 여러 군데에서 전이성 뇌암이 발견됐다. 개두술을 통한 접근이 쉽지 않은 숨골(뇌간부)까지 병변이 발견, 개두술은 불가능해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을 시행했다. 조씨는 처음 발견됐던 8개의 전이성 뇌종양이 뇌 MRI상 사라져 현재까지 외래를 다니며 추적 관찰 중이다.
전이성 뇌암은 전신에 있는 암에 의해 발생하는 흔한 합병증으로 두개강 내 종양 중 가장 흔한 종류이며 암환자 사망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최근 암의 발병률이 높아짐에 따라 전이성 뇌암 역시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남녀에 따라 발생하는 대표적인 암에 차이가 있는데 여성의 경우 유방암이 가장 흔히 뇌로 전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남성에게는 폐암이 대표적이다. 신체의 어떤 부위에 악성 암이 있는 환자에서 20∼50%가 전이성 뇌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이성 뇌암의 원발성 암으로 폐, 유방, 피부, 신장, 소화기 계통의 암 등이 약 95%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암 세포는 대부분 혈류를 통해 중추 신경계에 도달한다.
전이성 뇌암의 임상증상은 두개강 내 병변의 위치에 따라 다양하며 두개강 내 압력 상승, 신경세포의 자극 및 파괴에 의해 나타난다. 대부분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지만 종양 내로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 갑자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고영초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원발성 뇌종양은 크게 양성 뇌종양과 악성 뇌종양으로 나눌 수 있는데, 양성 뇌종양은 성장속도가 느리고 주위 조직과의 경계가 뚜렷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나 뇌 조직의 특성상 그 발생 위치에 따라서 악성종양 못지않게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악성 뇌종양은 소위 ‘뇌암’이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원발성 양성 뇌종양의 발생비율은 인구 10만명당 4∼5명, 평균 발생 연령은 53세이며 일반적으로 뇌종양은 고연령군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신체 다른 부위의 모든 암이 다 무섭지만 뇌에 혹이 생기는 뇌종양은 두개골을 쪼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더욱 두렵게 만든다. 뇌종양이라고 해서 모두 암처럼 진행되는 게 아니라 약 절반가량만 ‘악성’으로 진행된다. 악성 뇌종양은 신체 다른 부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성장속도가 빠르고 주위 조직으로의 침투 능력이 강해 주변의 정상 뇌조직을 빠른 속도로 파괴하며 치료도 쉽지 않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암과는 달리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성향은 매우 낮아, 최근에는 적극적인 수술과 방사선치료 및 화학요법으로 그 치료 성적이 현저히 개선되고 있다.
조준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은 비록 발생빈도가 다른 장기의 암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으나 뇌라는 장기의 특성상 매우 치명적이며 심각한 장애의 원인이 된다”며 “발병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남녀 차이가 비교적 뚜렷한데 여성은 양성뇌종양이 상대적으로 많고 남성은 뇌암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연령에 따른 생존율에도 뚜렷한 차이가 있는데 10∼45세의 환자와 45세 이상의 환자들 간에는 적어도 2∼3배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뇌종양의 치료에는 수술 치료, 방사선 치료,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 항암 치료 등이 있다. 특히 양성 종양은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대부분의 뇌하수체 선종은 머리를 열지 않고서도 코를 통해 접근하면 효과적으로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좁고 깊은 코를 통한 수술적 제거에 어려움이 있고 종양 주변에 시신경, 뇌동맥, 여러 뇌신경으로 인해 수술 후 종양이 남거나 재발할 경우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과 같은 정위적 방사선 수술을 함께 치료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외과적인 종양 제거 수술 후, 남은 종양에 대한 보조요법으로 혹은 3cm 미만의 작은 종양에 대한 일차적인 치료로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외과적인 수술이 어려운 고령의 환자들도 감마나이프 수술이 유용하다.
다만 시신경과 너무 가깝게 위치하는 경우 선량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가능한 시신경과 떨어진 종양이 감마나이프 수술을 통한 치료에 적합하다. 크기가 작고 시신경과 떨어진 선종의 경우엔 수술적 치료를 하지 않고 감마나이프 수술을 일차적인 방법으로 시행할 수 있다.
감마나이프 수술 시에는 정상 뇌하수체 조직에는 최소한의 감마선만 투여되게 조절할 수 있어 일반적인 방사선치료에 비해 뇌하수체 호르몬 저하증이 발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장점이 있다.
조준 교수는 “감마나이프 수술 후 처음 몇 개월간은 종양 내부가 괴사되며 일시적으로 전체 종양의 크기가 증가할 수 있으나, 이후에는 차차 크기가 감소한다”며 “감마나이프 수술은 종양의 크기가 작은 경우에는 수술로 제거할 경우보다 청력을 보존하거나 유지시킬 확률이 약 70%로 높고 청신경초종 주변의 안면신경 손상으로 인한 안면마비 확률이 약 3∼4%로 현저히 낮아 감마나이프 시술이 매우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media.co.kr
감마나이프, 전이성 뇌암 치료 대표주자 부상
입력 2014-12-01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