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술도 모으면 한 그릇이 나온다. 불황이지만 따뜻한 연말을 나누려는 작은 정성이 늘고 있다. 각종 시민단체·복지단체들이 ‘소중한 푼돈’의 도움을 받아 힘든 연말을 고맙게 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생명공감’은 최근 밀려드는 소액 후원 덕에 큰 고비를 넘겼다. 생명공감의 중점지원사업 대상인 울산시유기동물보호소는 재정난으로 문을 닫게 될 수 있다는 울산시의 통보를 최근 받았다. 현재 보호 중인 유기동물 500여 마리를 연말까지 100마리로 줄이지 않으면 보호소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졸지에 400여 마리가 안락사 위기에 놓였다.
사정이 다급해지자 강경미 생명공감 대표는 지난 21일 “운영비는 고사하고 사료비라도 절실하다. 1인당 1만원씩 150계좌만 모이면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시민들의 반응은 빨랐다. 후원 운동은 사흘 만인 지난 24일 목표치를 뛰어넘었다.
동물들이 안락사 직전이라는 얘기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2주 만에 100마리가 넘는 동물이 새 가족을 찾았다. 울산뿐 아니라 전국에서 입양 희망자가 모여들었다. 강 대표는 30일 “일주일에 많아야 10∼20마리가 입양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라며 “보호소 운영 적자는 여전히 심하지만 이런 소액 후원이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991년 친일 과거사 청산을 위해 출범한 민족문제연구소도 최근 ‘십시일반’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 19일 하루 동안 연구소 홈페이지에는 64개의 ‘후원 인증’ 글이 올라왔다. 평소 일주일에 한 개꼴로 글이 올라오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신규 회원들이 “포기하지 말아 달라” “조금밖에 후원하지 못해 미안하다” 등 응원글도 잇따라 올렸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적으로 “회비 증액에 십시일반 동참해 달라”며 10월 28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뒤늦게 곳곳에 퍼지면서 일어난 일이다.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하는 이 연구소는 정부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 네티즌 사이에서 “민족문제연구소를 지키자”는 의견이 확산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후원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글을 올린 뒤 신규 회원이 550여명 늘었고, 기존 회원 중에서 후원금을 늘린 분도 500여명이나 된다”며 “소액 후원으로 지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을 올리기 전에도 8325명 후원자 중 3872명이 월 1만원 미만 납부자였다.
복지재단을 위한 소액 후원도 연말이 다가오면서 부쩍 모금액이 늘고 있다. 굿네이버스가 2011년부터 운영해온 ‘100원의 기적’ 프로젝트에는 현재까지 6만여명이 참여했다. 소액이라도 모든 국민이 기부에 참여하자는 취지에 공감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등에는 “연말을 맞아 100원의 기적 행사에 참여했다”는 후기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푼돈’이지만 굿네이버스는 이렇게 모인 돈으로 제3세계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도 2011년부터 매월 1000원씩 기부할 수 있는 ‘천천클럽’을 운영 중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기획] 작은 후원 큰일한다… 시민단체 살리는 ‘십시일반’ 활기
입력 2014-12-01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