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학창시절 추억을 담은 졸업앨범.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겠죠. 하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30일 페이스북에선 ‘3D 프린터를 이용한 졸업앨범’ 영상이 화제였습니다. 2분가량 동영상은 잔잔한 배경음악 속에 빚 바랜 졸업사진들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런 자막이 이어집니다. ‘졸업앨범은 꺼내볼 수 있는 기억이어야 한다. 그 아이들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주인공은 지난 2월 서울 맹아초등학교를 졸업한 8명의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친구들의 얼굴을 시간이 지나도 기억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은 듯합니다. “완전히 커버리면 기억하긴 힘들 거 같아요” “함께했던 벗인 만큼 얼굴을 잊어선 절대 안 될 거 같아요”라고 말하네요.
손끝으로, 목소리로, 체취로 친구들을 기억하는 아이들에게 졸업앨범은 밋밋한 종이책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한 3D 프린팅 업체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입체 졸업앨범’을 선물하기로 한 거죠.
이들은 아이들의 얼굴을 한 명씩 3D 스캐너로 촬영하고 3D 프린터로 출력했습니다. 두 손으로 감쌀 수 있을만큼 작은 흉상입니다. 8개의 조각상을 선물 받은 아이들의 표정에는 놀라움이 가득합니다. 자신의 눈, 자신의 코를 가진 조각상을 만지며 “어, 진짜 선명하다”고 외치네요.
친구의 얼굴과 비교하며 깔깔대는 모습, 친구의 조각상을 꼭 껴안는 모습을 보다보면 어느새 코끝이 찡해집니다. 이제 아이들은 언제든 졸업앨범을 꺼내볼 겁니다. 누가 내 단짝친구였는지, 누가 반에서 제일 떠들었는지, 누가 내 첫사랑이었는지 회상하며 추억에 잠길 수도 있겠죠.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3D 프린터가 이렇게 쓰일 수 있다니 놀랍다”며 감탄했습니다.
이 영상을 보며 지난 9월 친절한 쿡기자를 통해 소개했던 ‘3D 프린터 의수(義手)’가 떠올랐습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이-네이블링 더 퓨처(E-Nabling The Future)’가 손가락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3D 프린터로 의수를 제작해주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기사가 나간 후 한 재중교포 여성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아들이 손가락을 잃었다며 서툰 한국어로 어디서 의수를 구할 수 있는지 묻더군요. 홈페이지와 메일 주소를 알려줬지만 외국 단체인지라 제대로 연락이 닿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됐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대신 꼭 해내주는 것. 그것이 기술이 해야 할 일 아닐까요.” 영상 말미에 나오는 멘트입니다. 3D 프린터는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기술입니다. 중요한 건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겠죠. 따뜻함을 프린팅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친절한 쿡기자] 먼 훗날 꺼내 볼 추억을 위해… 기술이 선물한 ‘손으로 보는 졸업앨범’
입력 2014-12-01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