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혈압이 다소 높아 조절하지만 건강 하나는 자신 있다고 말하던 김모(65)씨가 최근 이른 아침 동네 뒷산에서 쓰러진 채 이웃 주민에게 발견됐다. 뇌경색증으로 뇌혈관이 막힌 것이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끝내 생명을 건질 수 없었다. 의사는 그의 가족에게 ‘무증상 경동맥협착증’을 방치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환절기 날씨가 이어지면서 갑자기 뇌졸중 발작으로 쓰러져 병원에 응급 후송되는 환자가 많아졌다. 대부분 ‘무증상 경동맥협착증’을 방치하다 화를 당하는 경우여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경희대병원은 흉부외과 윤효철 교수팀이 심장혈관센터 경동맥클리닉에서 경동맥협착증 진단을 받은 성인남녀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평소 이상증상을 느꼈는지를 조사한 결과 36명(72%)이 아무 증상이 없었다고 응답했다고 1일 밝혔다. 나머지 예고 증상이 있었다는 응답자 중에는 팔다리 무력감 또는 탈력감이 16%로 가장 많았고 어지럼증과 안면신경마비 증상을 겪은 경우가 각각 10%, 2%로 조사됐다.
이른바 경동맥협착증이란 경동맥, 즉 목 동맥 내벽에 동맥경화증으로 핏덩어리(혈전)가 쌓여 좁아지는 증상을 가리킨다. 경동맥에 들러붙어 있던 혈전이 떨어져 나와 뇌혈관을 막는 게 바로 뇌경색증이다.
우리 몸의 혈관은 동맥과 정맥으로 구분된다. 동맥은 심장에서 온 몸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정맥은 반대로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로 혈액을 전달하는 주요 혈관이다.
따라서 경동맥 내벽에 혈전이 붙어 경동맥이 좁아지면 뇌로 가는 혈액 공급량이 줄고, 뇌혈관이 혈전에 의해 막힐 위험이 6∼7배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또 증상이 있든 없든 경동맥협착증 환자는 뇌졸중 발생 위험도가 해마다 6∼7%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윤 교수는 “경동맥협착증은 진행 중에도 특별한 이상 증상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어렵다”며 “일찍 발견하더라도 환자 스스로 치료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해 소홀히 대처하기 쉽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경동맥협착증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스트레스, 흡연 등에 의해 촉진된다.
어떻게 치료할지는 혈관의 협착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협착이 심하지 않다면 콜레스테롤 저하제, 혈압강하제, 아스피린류의 항응고제 등을 투약해 더 이상 좁아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하지만 협착 정도가 50% 이상이고 얼굴과 팔·다리 부위가 마비되는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나타나거나 그런 이상 증상이 없더라도 경동맥이 70% 이상 막혔을 때는 예방적 차원에서 ‘경동맥 내막 절제술’ 또는 경동맥 스텐트 삽입술과 같은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경동맥 내막절제술은 수술로 경동맥 내 혈전을 걷어내 혈관의 내강을 넓혀주는 치료법이다. 경동맥 내강이 넓어지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늘고, 그만큼 혈전이 떨어져 나와 뇌혈관으로 흘러들 위험도 줄어든다.
경동맥 스텐트 삽입술은 죽상 동맥경화로 좁아진 심장혈관에 금속성 그물망(스텐트)을 밀어 넣어 넓힘으로써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발생 위험을 막듯이 협착증으로 50% 이상 좁아진 경동맥에 스텐트를 삽입, 그 부위가 다시 좁아지지 않게 성형하는 시술이다. 경동맥협착증이 있는지는 경동맥초음파검사를 하면 금방 드러난다.
윤 교수는 “고지혈증, 고혈압 등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고령자가 경동맥 초음파 검사와 예방적 차원의 경동맥 내막절제술 및 스텐트 삽입술을 받으면 뇌경색증 발생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증상도 없었는데… 갑자기 뒷목 잡고 꽈당
입력 2014-12-02 02:15 수정 2014-12-02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