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규모 인권행진… 퍼거슨 시위 재점화

입력 2014-12-01 02:57
미국에서 인종차별 종식과 사법체계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행진이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29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이 행진을 ‘정의를 위한 여정’으로 이름 붙이고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의 총격에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사망한 퍼거슨시 캔필드 그린 아파트 앞을 출발해 미주리주 주도인 제퍼슨시티의 주지사 공관까지 217㎞를 7일간 평화 행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AACP는 미리 낸 성명에서 퍼거슨 경찰을 비롯한 미 전역의 경찰에 대한 훈련 개혁, 흑인에 대한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기 위해 이 행진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코널 윌리엄 브룩스 NAACP 의장은 “‘정의를 위한 여정’은 사법 개혁과 경찰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정의 실현이 이뤄지기 전까지 우리의 행동이 절대 멈추지 않으리라는 것을 미국과 전 세계에 보여주는 첫 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 방송은 1960년대 흑인 인권 향상을 위해 전역에서 이뤄진 행진을 연상케 하는 정의를 위한 여정이 약 100명의 인원으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소강 국면에 들어갔던 인종차별 철폐시위가 연중 최대 쇼핑 대목인 28일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미 전역에서 재점화했다. 시위대는 이날을 블랙 프라이데이가 아닌 ‘브라운 프라이데이’로 명명하고 시민을 향해 억울하게 숨진 브라운을 애도하고 부당한 사법체계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미주리주 소도시 퍼거슨을 필두로 뉴욕, 시카고, 오클랜드, 시애틀 등 주요 도시에서 윌슨 경관 불기소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한편 윌슨 경관이 사직했다고 AP통신 등 미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윌슨은 사건이 발생했던 8월 9일 이후 현재까지 휴직한 상태였다. 윌슨 경관의 변호사 닐 브런트래거는 윌슨의 사표는 즉각 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북한 등의 인권 침해를 비난해 온 미국은 퍼거슨 사태로 입장이 역전됐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28일 흑인 등 인종·민족 소수자를 상대로 한 미국 경찰의 잔혹성과 과잉대응 등을 지적하는 공식 보고서를 채택했다고 미 언론들이 스위스 제네바발로 보도했다.

고문방지위는 보고서에서 “경찰의 잔혹성과 경찰관에 의한 공권력 남용을 보여주는 다수의 보고에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며 “이런 행위가 특히 특정 인종과 민족을 상대로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