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판장 50% 이상 부장판사 선임… 대법 1·2심 충실화 마스터플랜

입력 2014-12-01 02:04

재판이 달라진다. 1심부터 경험과 법률지식이 풍부한 경력 15년차 이상의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앉는다. 의료사고 등을 당했을 때 법원이 증거 수집을 도와주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된다. 의사나 건축사 등 전문가를 심리에 참여시켜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대법원은 30일 이런 내용의 ‘사실심(1·2심) 충실화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발표했다. 12월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이를 논의할 계획이다. 한 번의 재판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상고법원 설치에 앞서 하급심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개선안은 1심 재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4년 안에 전체 단독재판장의 50% 이상을 부장판사로 채우기로 했다. 현재 단독재판장은 경력 5년 이상의 법관을 배치하고 있다. 고등법원 판사는 전원 경력 15년 이상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처음 임용·시행한 경력 15년 이상의 소액전담법관 제도를 가사·소년보호 사건 등으로 점차 확대한다. 경력도 20년 이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또 영국과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 독일의 독립적 증거조사절차를 참고해 ‘본안 심리 이전 증거조사절차’(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한다. 현재는 개인이 대형 의료기관, 대기업, 국가 등을 상대로 소송을 벌일 때 직접 증거를 수집·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민사·행정소송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법원이 증거 수집 절차를 도와주고 재판에 그대로 사용하는 제도다. 관련 기관이 증거 수집에 불응하면 강력하게 제재한다.

재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준(準)참심제’를 추진한다. 특허법원의 기술심리관제도 같이 전문 분야 재판에 의사나 건축사 등 비법관 전문가가 전문심리관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국제거래(서울중앙지법), 증권·금융(서울남부지법), 언론·개인정보침해(서울서부지법), 해사(부산지법) 등 특정 분야 사건을 집중 처리하는 특성화법원도 운영한다. 전국 지방법원에서 각각 처리하는 특허침해소송은 고법 소재지 5개 지법에서 전담한다.

이밖에 인신사고 위자료, 인격권 침해사건 위자료 등 법관 재량에 따라 액수가 결정되는 재판에서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키로 했다. 패소자가 부담하는 소송비용 중 변호사 보수액을 상향 조정해 남소나 부당응소를 막기로 했다. 승소 당사자의 비용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후 내세운 ‘1심 집중’ 기조에 따라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며 “법원이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만족스러운 심리를 하고 적정한 결론을 낸다면 신뢰도가 높아지고 급증하는 상고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