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가소제 ‘프탈레이트’ 어린이 두뇌발달 악영향

입력 2014-12-02 02:51

플라스틱류 제조에 사용되는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phthalate)가 어린이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두뇌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사진), 김재원 교수팀은 1일 프탈레이트가 ADHD와 두뇌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 정신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콜로지컬 메디신’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프탈레이트는 냄새와 색이 없는 액체기름이다. 화장품, 어린이용 장난감, 주방 및 화장실 세제, 방과 거실 바닥재 등 매우 광범위한 제품에 가소제로 사용된다. 가소제란 비닐이나 플라스틱처럼 열을 가해 모양을 바꿀 수 있게 만드는 성분을 말한다.

김 교수팀은 먼저 ADHD 어린이 180명(비교군)과 정상 어린이 438명(대조군)을 대상으로 소변검사를 실시한 후 요(尿)중 프탈레이트 농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DBP(di-n-butyl phthalate)의 검출 농도가 높을수록 아이들의 행동장애수치(DBDS)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DBP성분에 많이 노출될수록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이 강해진다는 뜻이다.

ADHD는 보통 A군(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B군(주의력결핍), C군(과잉행동장애)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DBP는 특히 A군과 C군에서 높게 검출됐다.

김 교수팀은 ADHD 어린이 115명의 머리를 MRI로 촬영한 후 뇌피질 두께가 프탈레이트 성분 농도에 따라 변하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프탈레이트 대사물인 DEHP 농도가 높은 아이들일수록 우전두엽과 측두엽의 피질 두께가 얇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팀은 “프탈레이트 노출이 뇌 발달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전두엽과 측두엽은 공격성, 과잉행동, 불복종, 짜증, 비행과 같이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상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