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진애] 말하라, 변한다!

입력 2014-12-01 02:24

20여년 전 한 국제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다. 200여명이 2박3일 동안 하는 워크숍이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점은 ‘모든 참여자가 한 마디씩 발언을 했다’는 것이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참여하고 경력과 전문 분야가 다르고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분위기를 끌어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참여자들의 수준이 높아서일까, ‘리더십’이라는 주제가 적극적인 참여를 하게 만든 것일까, 분위기를 만드는 토론 리더들 덕분일까, 나는 여러모로 분석하곤 했다.

국내건 국제건 회의, 학회, 포럼 등을 다양하게 다녀봤지만 그토록 속이 꽉 찬 분위기란 희귀하다. 대개의 행사는 발표자와 토론 패널이 있고 토론이 끝나면 질의응답으로 마무리하는 게 통상적이다. 발표만 하고 토론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고, 아예 질의응답조차 없는 경우까지도 있다. ‘속빈 강정’ 같은 행사인 셈이다. 물론 사진만 찍고 가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행사도 많지만 말이다.

참여 분위기를 한 번 제대로 맛보면 사람은 변한다. 자기 의견을 말하고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점에 뜨겁게 공감하고 다른 점을 뜨겁게 토론하게 되면 아무리 문제가 있더라도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향후를 도모할 수 있고 그 순간을 같이한다는 것에 기뻐진다. 긍정의 에너지가 돌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워크숍 같은 분위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교실에서, 강의실에서, 동네 주민회의에서, 가족회의에서, 회사회의에서, 학술회의에서, 정책회의에서, 국무회의에서 등 어느 자리에서나 말이다. 나의 꿈이자 목표이다.

‘필드 워크숍’이라는 프로그램을 얼마 전 시도했다. 다른 경력, 다른 배경, 다른 분야 사람들이 토요일에 만나 8시간 동안 토론하고 현장을 다니고 서로를 비판하고 멘토링을 하는 포맷이었는데, 모처럼 뜨거운 경험이었다. ‘모든 사람이 말한다’는 오래된 꿈의 실천 가능성이 나에게 다시 찾아왔다.

모든 사람이 말해야, 변한다! 실제로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각기 다 말하고 싶다. 모든 사람이 말할 수 있어야, 변한다! 말하기 시작하면, 변화는 이미 시작된다. 말하라, 말하게 하라, 변한다!

김진애(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