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8일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핵심으로 한 새해 예산안에 대해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가까스로 합의문에 서명했다. 야당이 국회 일정 보이콧에 나선 지 이틀 만에 국회가 정상화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누리과정 국고 지원을 약속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인세율 인상 주장에서 물러서는 ‘주고받기’로 국회가 벼랑 직전에서 멈춰섰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예산국회 정상화를 위한 막판 협상을 재개했다. 회동은 이 원내대표가 우 원내대표를 직접 방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도 배석했다.
여야 지도부가 오후 발표한 합의문에는 지방교육청의 재정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누리과정 순증액 전액 상당의 대체사업 예산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가 국고로 ‘우회지원’하는 방식으로 순증액은 5233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국가 재정을 고려해 증액 규모를 2000억원에서 5000억원 사이로 한정해야 한다고 했으나 새정치연합의 전액 지원 요구에 한발 물러섰다. 누리과정 지원 규모는 합의문에 또다시 명시되지 않았다.
여야는 또 새정치연합이 주장해온 법인세율 인상 대신 법인세 비과세 감면 항목을 축소키로 했다. 대기업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기본공제를 폐지하고,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의 당기분 공제율을 인하하는 방식이다. 야당은 5000억원 정도의 세수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여야는 예산안 외에도 현재까지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 국군부대의 소말리아해역 파견연장동의안, 기타 본회의 계류 중인 의안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또 양당 간에 쟁점이 없는 법률안은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한다.
여야 합의에 따라 매년 되풀이되던 예산안 지각 통과가 올해는 사라지게 됐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올해부터 도입된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가 시행 첫해에 효과를 보게 된 셈이다.
여야는 오전 회동에서 협상 타결을 발표하지는 못했지만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합의점을 찾았다. 공식 발표까지 시간이 걸린 것은 새정치연합이 의총에서 추인하는 절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의총에서는 담뱃세 인상과 관련해 여야 합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최종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오후 5시가 넘어 합의문에 최종 서명했다.
여야 지도부가 이날 오전부터 협상 의지를 밝히면서 일괄 타결이 예상됐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오전까지 원내대표 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직접 여야 당 대표 회담을 제안하겠다”고 밝히며 국회 정상화 뜻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도 오전 회의에서 “야당과 접촉해서 국가적으로 볼 때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편안 등 주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입장이고, 새정치연합도 국회 보이콧에 대한 차가운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누리예산·법인세 ‘주고받기’로 파국 막았다
입력 2014-11-29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