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할인, 심야 할인 해드립니다’ 언뜻 영화관이 떠오르지만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풍경이다. 소극장이 즐비한 연극 공연의 중심지. 정통 연극부터 코미디, 가족극, 아동극 등 다양한 장르의 중소규모 공연이 매일 160여 공연장에서 벌어지는 대학로 연극 제작사들이 최근 주중 3회, 주말 5회까지 공연 회차를 늘려가고 있다. 2∼3년 전부터 공연 횟수가 점차 늘더니 올해에는 인기작품을 중심으로 전체 공연의 절반가량이 하루에 두 세 번씩 무대를 꾸린다.
◇평일 3회, 주말 5회 공연, 하루 종일 공연 열리는 대학로=볼거리를 찾아 영화관을 찾던 청소년 관객들부터 낮 시간 여유를 즐기는 중년층까지 아우르겠다는 포부는 환영할 만하다. 낮 공연은 학교나 회사 단체 관람부터 중년층의 동창회 등 공연 문화를 즐기며 친목을 도모하는데 안성맞춤이다.
현재 대학로에서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연극 ‘라이어’의 경우를 보자. 브로드웨이 아트홀 1관에서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 5시, 8시에, 토요일엔 오전 11시40분, 오후 2시, 4시20분, 6시40분, 9시에 각각 3회와 5회씩 공연하고 있다. 일요일은 오전 11시40분, 오후 2시, 4시20분, 6시40분에 막을 올린다.
회차가 많아지면서 조조할인, 심야 할인 제도도 생겼다. 평소 가격은 일반석 3만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오전 11시40분, 오후 9시 시간대에는 60%를 할인해 1만2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그 외 시간대에도 각종 할인 혜택이 많아 1만5000원 가량에 관람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싼 가격이다.
대학로 틴틴홀에서 공연중인 로맨틱 연극 ‘옥탑방 고양이’도 평일 3회, 주말 5회 무대를 꾸린다.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오후 12시, 2시, 4시, 6시10분, 8시10분, 10시10분까지 총 6회나 공연한다. ‘옥탑방 고양이’에도 조조할인, 심야할인 제도가 있어 ‘라이어’와 같은 가격에 관람이 가능하다. 현재 대학로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연극 ‘수상한 흥신소’ ‘죽여주는 이야기’ ‘작업의 정석’ 등은 대체로 공연 횟수가 위 두 공연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극 ‘라이어’ 제작사 관계자는 28일 “올해는 세월호 참사 등으로 수학여행 대신 대학로로 현장 학습을 오는 학생 단위 단체 관람객이 늘었다”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낮 공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소규모 공연에서는 흔치 않게 직접 지방 투어를 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관객들 선택지 넓힌 것”…“어려워진 대학로 사정 반영된 결과”=선택지가 넓어져 원하는 시간대에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대학로의 이 같은 도전을 반긴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어려워진 공연계의 사정 또한 함께 드러난다. 영화 한 편의 가격이 1만원까지 올라간 상황과 비교할 때 무대 위 배우들과 준비하는 스텝들이 매 공연마다 붙어 있어야 하는 연극의 가격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조조할인, 심야할인, 주말할인, 평일할인까지 공연 별로 각종 할인 이벤트가 넘쳐나는 가운데 제작사는 가격 경쟁의 어려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공연 횟수가 늘어난 것 또한 어려워진 공연장 사정이 그 배경에 있다. 제작사 입장에선 “빈 공연장을 놀릴 수 없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더 무대를 올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소극장협회 강봉좌 기획팀장은 “소셜커머스 등 각종 할인 혜택으로 적정가격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며 “연말이나 수능 후를 기점으로 공연 회차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사실상 공연 횟수를 늘려도 돈을 벌기는 어려운 구조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질 좋은 작품들이 대학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창작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대학로는 지금 ‘연극 세일’ 중
입력 2014-12-01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