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은 깔끔한 코냑같은 작품”

입력 2014-12-01 02:08
북미에서 가장 주목받는 오페라 연출가 제임스 로빈슨이 콘서트 오페라 형식의 ‘예브게니 오네긴’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예술의전당 제공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보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아름다운 음악에 엄청나게 길지도 않고 배역들의 성격도 바로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 리허설룸에서 만난 제임스 로빈슨 오페라 감독은 오는 6일 공연하는 콘서트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콘서트 오페라는 오페라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 음악적 깊이를 느끼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도 콘서트 오페라 형식에 자신감을 보였다. 콘서트 오페라는 무대장치와 화려한 의상 등 볼거리를 모두 빼고 연주자들의 음악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예술의전당은 지난해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콘서트 오페라 형식의 ‘리골레토’와 ‘라 트라비아타’를 선보였다. 세 번째 작품으로 ‘예브게니 오네긴’을 선택했다. 그런 의미에서 ‘예브게니 오네긴’이라는 작품과 콘서트 오페라라는 형식의 조화는 절묘했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차이콥스키가 알렉산데르 푸슈킨의 운문 소설로 만든 세계적인 오페라임에도 국내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다.

로빈슨 감독은 “러시아의 대표적 고전인 ‘오네긴’은 길고 복잡한 내용이지만, 차이콥스키는 오페라를 만들 때 이것을 증류해 아주 좋은 위스키나 코냑처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영웅이 나오는 웅장한 스케일의 다른 오페라들과 달리 ‘예브게니 오네긴’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자 주인공 오네긴은 한 순간의 실수로 친구를 죽인 뒤 세상을 떠도는 오만한 방랑자다. 오네긴을 사랑한 시골 처녀 타티아나는 그레민 대공과의 결혼으로 귀부인이 되지만 순수함만은 간직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엇갈린 사랑을 그리고 있다.

로빈슨 감독은 “차이콥스키는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캐릭터를 통해 표현했다”면서 “보는 이 누구나 자기와 연결된 캐릭터를 만날 것”이라고 했다.

지휘를 맡은 대만의 샤오치아 뤼도 “친밀하고 농밀하며 가슴 깊이 울려 퍼지는 감정이 있는 오페라”라며 “차이콥스키의 훌륭한 표현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최고의 사람들이 뭉쳤다. 샤오치아 뤼는 로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며 주목받고 있는 지휘자다. 로빈슨 감독은 최근 북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오페라 연출가로 꼽히고 있다.

성악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오네긴 역의 바리톤 공병우는 기자들 앞에서 아리아 ‘만약 내가 운명이 정해진 사람이라면’을 들려주며 오네긴의 남성적인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 그는 “15년 전 스승이 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역으로 ‘오네긴’을 꼽았다”며 “오네긴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출간하는 오페라 뉴스가 ‘풍부한 리릭 사운드’라고 극찬한 소프라노 이윤아는 타티아나역, 미국의 메조 소프라노 계보를 잇고 있는 르네 레이피어는 올가역을 맡았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