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도 10대 사촌자매의 죽음을 인도 수사 당국이 단순 자살로 결론지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5월 28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바다운 지역에서 15세, 14세 사촌자매가 마을 어귀의 망고나무에 매달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지역 의사로 구성된 3명의 검시반은 시신에 성폭행을 연상시키는 상처가 발견됐다며 이들이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고 결론지었다. 현지 경찰도 이들이 전날 밤 들판에 용변을 보러 갔다가 마을 남성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됐다고 보고 용의자들을 체포했다.
2012년에도 20대 여대생이 버스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 있었던 인도는 다시 한 번 발칵 뒤집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불과 며칠 전인 지난 25일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 사건이 여성에 대한 폭력에 종언을 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도 중앙수사국(CBI)은 “과학적 조사를 통해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으며 피살된 것도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또 “용의자들이 소녀들을 끌고 가는 것을 봤다”는 친척의 진술도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체포된 용의자 3명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고 석방됐다. CBI 관계자는 자매가 이웃에 사는 남성과 ‘밀회’를 하다가 친척에게 들키는 바람에 가족들의 반응을 두려워해 자살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자매의 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사건 초기부터 피해 여성이 인도 카스트(계급) 최하층인 불가촉천민이고 용의자들이 상위 카스트여서 수사 당국이 미온적으로 수사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었다.
한 피해 소녀의 아버지는 “사법 정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도 목숨을 끊겠다”며 당국에 재수사를 촉구했다. 델리여성위원회 의장인 바르카 슈클라도 “이 사건은 신중히 검토돼야 하고 조급하게 결론 나서는 안 된다”며 “CBI는 재조사해 범인이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 화제] 성폭행 인도 자매 “자살” 결론 논란
입력 2014-11-29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