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살해한 백인 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촉발된 소요 사태가 27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을 맞아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사태의 진원지인 퍼거슨시의 분위기를 전하며 지난 사흘과 다른 조용한 휴일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연휴 첫날을 맞은 시민들은 부서진 건물을 수리하고 음식과 음료를 나누며 과열된 시위와 인종 갈등이 잦아들기를 바랐다.
이날 오전 웰스프링 교회에서는 흑인과 백인이 함께하는 추수감사절 기념 예배가 열렸다. 이 교회는 지난 8월 소요 사태가 촉발된 직후부터 시위대의 피난처가 돼 왔다. 윌리스 존슨 목사는 “(추수감사절 연휴는) 반가운 선물”이라며 “서로 감사하고 축복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건 꼭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CNN방송은 12명 남짓한 시위대가 26일 밤늦게 퍼거슨시에서 주 방위군과 대치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고 전했다. 퍼거슨 경찰 당국은 이날 해산에 불응한 시위 참가자 2명을 체포했다. 주 방위군은 낮 시간에는 시 외곽에 머물다가 밤에 시내에 진입해 관공서 등 주요 건물을 경비 중이다.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는 이어졌지만 과열 양상은 잦아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6일 오후부터 300여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 중 130여명이 로스앤젤레스 경찰국 앞에서 해산 명령에 불응하다 체포됐다. 캘리포니아주 북부 오클랜드에서도 100여명이 도심 행진을 벌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또한 퍼거슨시 사태를 의식한 듯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추수감사절 정례 연설에서 미국 국장(國章)에 적힌 라틴어 문구 ‘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unum·여럿이 모인 하나)을 언급하며 “미국인은 서로에게 감사하며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출신이나 피부색, 종교와 상관없이 미국을 고향이라 부르는 모든 이들의 헌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흑인 청년 브라운을 살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의 그동안의 행적이 공개됐다. 윌슨은 사건 초기인 지난 8월 자택 위치가 노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3시간 만에 짐을 챙겨 빠져나왔다. 시위가 격화된 3개월여 동안 변호인 집이나 극장 등에서 숨어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는 9살 연상의 경찰서 동료와 재혼하기도 했다. 윌슨의 변호사는 윌슨이 흑인 사회의 공적이 돼 목숨이 위태롭다며 조만간 사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추수감사절 연휴 덕에… 美 인종차별 시위 진정 국면
입력 2014-11-29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