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번 예산 국회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담뱃세 증세 폭을 정부안대로 2000원으로 합의했다. 야당이 ‘서민 증세’라고 극렬히 반대하면서 담뱃세 인상폭은 한때 1000∼1500원선까지 낮추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담뱃세를 결국 1000원 남짓 인상하는 데 그칠 것이라면 국민건강을 위해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던 말이 애당초 거짓임이 드러날 판이었다. 우리는 2000원 인상안도 세수 증대용이라는 의혹을 불식시키기에는 미흡하지만, 그나마 수긍할 만하다고 본다.
정부가 이번 담뱃세 인상이 세수를 늘리기 위한 편법이라는 비판을 극복하려면 늘어나는 세금의 상당 부분을 흡연율을 낮추는 데 사용해야 한다. 담배를 통해 거두는 세수는 2013년 기준 연간 약 6조8000억원에 이른다. 담뱃세가 2000원 추가 인상됨에 따라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 여기에 연간 2조8300억원이 더 걷히게 된다. 무려 10조원에 가까운 재원이 매년 담뱃세로 조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 재원에서 금연 치료와 흡연예방사업에 쓰는 돈은 1.2%에 불과하다. 흡연자들로부터 담뱃값의 60% 이상을 담뱃세로 챙겨가면서 흡연자의 건강을 위해서는 돈을 거의 쓰지 않는 것이다.
애당초 가장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는 4500원으로 담뱃값을 정했을 때부터 담뱃세 인상은 누가 봐도 세수 증대에 목적이 있었다.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뱃값을 1만원 이상으로 올려 담배 소비 자체를 대폭 줄여야 마땅했다. 담배 가격은 2005년 이후 10년 가까이 변화가 없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은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19세 이상 한국 남성의 흡연율은 4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흡연율 26%(15세 이상 남성)의 두 배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담뱃세 인상안을 들고 나오면서 이 흡연율을 8% 포인트 이상 낮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세수 대부분을 니코틴 중독을 끊게 하는 데나 흡연으로 인해 생긴 질병을 치료하는 데 써야 마땅하다. 담뱃세 인상을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킨다고 한 정부의 진정성이 시험대 위에 올랐다.
[사설] 담뱃세 인상이 편법 증세돼서는 안 된다
입력 2014-11-29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