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에 上席 양보… 삼성맨 이근면 ‘소탈맨’

입력 2014-11-29 02:29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28일 윤여표 충북대 총장에게 '배웅 나오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서장님이 가운데 자리에 앉으시죠. 저는 괜찮습니다.”

‘삼성맨’ 출신의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낮은 자세와 격식을 따지지 않는 소탈한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이 처장은 28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2014공직박람회에 참석해 윤여표 충북대 총장 등 10여명의 주요 참석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처장은 다른 참석자들보다 다소 늦게 간담회장에 들어온 노승일 흥덕경찰서장이 인사를 하자 비어 있던 상석을 그에게 권했다.

이 처장은 자신이 앉도록 배치한 상석을 비워둔 채 윤 총장과 마주보는 의자에 자리를 잡았었다.

이 처장은 노 서장이 마지못해 상석에 앉자 “경찰과 소방 등 제복직 공직자에 대해서 굉장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며 “가운데 자리에 충분히 앉을 자격이 있으며 경찰 공무원을 대표해 여기에 앉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서장은 “차라리 가시방석을 깔아주시지…”라며 마지못해 상석에 잠시 앉았다가 다른 의자를 가져와 이 처장으로 옆으로 옮겨 앉았다. 이 처장은 티타임 후 떠나면서도 배웅하기 위해 따라 나온 윤 총장에게 “나오지 마시고 얼른 들어가시라”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이 처장은 공직박람회에 이어 정부인사담당관 연찬회에 참석해 69개 기관 인사담당관을 대상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처장은 “최근 10년 동안 재직 공무원은 8.5% 증가한 반면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110% 증가했다”며 “이대로 두면 세수 증가 폭으로 볼 때 국민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성장과 세수 증가가 함께 이뤄진다면 공무원연금 운영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저출산으로 세금 납부자가 줄어들고 연금 수급자는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정부는 성장·보상의 큰 틀에서 보상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인해 전체적인 처우가 떨어진다고 해도 공직은 베스트 직장이자 꿈의 직장”이라며 “저는 국민이 생각하는 꿈의 직장을 신의 직장이 아닌 진짜 꿈의 직장으로 바꾸고 싶다”고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