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님이 가운데 자리에 앉으시죠. 저는 괜찮습니다.”
‘삼성맨’ 출신의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낮은 자세와 격식을 따지지 않는 소탈한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이 처장은 28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2014공직박람회에 참석해 윤여표 충북대 총장 등 10여명의 주요 참석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처장은 다른 참석자들보다 다소 늦게 간담회장에 들어온 노승일 흥덕경찰서장이 인사를 하자 비어 있던 상석을 그에게 권했다.
이 처장은 자신이 앉도록 배치한 상석을 비워둔 채 윤 총장과 마주보는 의자에 자리를 잡았었다.
이 처장은 노 서장이 마지못해 상석에 앉자 “경찰과 소방 등 제복직 공직자에 대해서 굉장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며 “가운데 자리에 충분히 앉을 자격이 있으며 경찰 공무원을 대표해 여기에 앉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서장은 “차라리 가시방석을 깔아주시지…”라며 마지못해 상석에 잠시 앉았다가 다른 의자를 가져와 이 처장으로 옆으로 옮겨 앉았다. 이 처장은 티타임 후 떠나면서도 배웅하기 위해 따라 나온 윤 총장에게 “나오지 마시고 얼른 들어가시라”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이 처장은 공직박람회에 이어 정부인사담당관 연찬회에 참석해 69개 기관 인사담당관을 대상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처장은 “최근 10년 동안 재직 공무원은 8.5% 증가한 반면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110% 증가했다”며 “이대로 두면 세수 증가 폭으로 볼 때 국민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성장과 세수 증가가 함께 이뤄진다면 공무원연금 운영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저출산으로 세금 납부자가 줄어들고 연금 수급자는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정부는 성장·보상의 큰 틀에서 보상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인해 전체적인 처우가 떨어진다고 해도 공직은 베스트 직장이자 꿈의 직장”이라며 “저는 국민이 생각하는 꿈의 직장을 신의 직장이 아닌 진짜 꿈의 직장으로 바꾸고 싶다”고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경찰서장에 上席 양보… 삼성맨 이근면 ‘소탈맨’
입력 2014-11-29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