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에 100만원, 석 달 치가 1억여원인 약 두 개가 요즘 국내외 간 질환자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계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최근 1년 사이 차례로 출시한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와 ‘하보니’ 얘기다.
소발디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시판에 들어간 신약으로, 한국에선 일러야 내년 말쯤이나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자원 환자 8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소발디의 주성분 ‘소포스부비르’에 ‘레디파스부비르’란 성분을 혼합해 약효를 배가시킨 게 하보니다. 미국은 10월, 유럽과 뉴질랜드는 이달 초 하보니 시판을 승인했다. 일본과 스위스에서도 시판 허가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발디와 하보니는 C형간염 치료기간을 기존 인터페론 주사 병용 방식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단축시키고도 치료율을 90% 이상 대폭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두 약이 나오기 전까지 국내외 C형간염 환자들은 ‘리바비린’이란 약을 매일 복용하면서 인터페론 주사를 주 1회씩, 총 24∼48주간 맞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최근 들어 국내외 소화기내과 의사들과 C형간염 환자들이 소발디와 하보니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문제는 약값이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한 알에 소발디는 1000달러(약 110만원), 하보니는 1125달러(약 124만원)다. 국내외서 시판되고 있는 약 중 최고가다. 두 약은 매일 한 알씩 12주간 복용하도록 돼 있다. 그 결과 한 번 치료주기를 마칠 때쯤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약 9273만∼1억433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웬만한 연립주택 한 채 가격이다. 만약 이 가격이 그대로 보험약가집에 등재될 경우 건강보험재정에도 큰 위협이 될 게 분명하다. 몇 해 전 보험약가를 한 알에 2만3045원으로 책정해 물의를 빚은 노바티스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파동은 상대가 안 된다.
일반적으로 환자수가 적어 개발비 회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약값을 비싸게 매기는 희귀질환 치료제도 이 정도는 아니다. 만성 C형간염이 중증 간경변 또는 간암으로 발전했을 때 필요한 간이식 수술비 역시 약 4000만원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발디와 하보니의 약값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 알 수 있다. 오죽하면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나서서 지난 4월, 길리어드 사이언스 측에 시판가를 낮춰주도록 권고했겠는가.
그러나 길리어드 사이언스 측은 “만성 C형간염 환자의 상당수가 간경변이나 간암을 얻어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최악의 상황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소발디와 하보니의 약값은 결코 높은 게 아니다”고 되받고 있다.
서울 S병원 소화기내과 C교수는 “소발디와 하보니를 좀더 싸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문의하는 환자들을 종종 대한다”며 “국내 임상시험이 끝나고 향후 시판과 보험약가집 등재 신청 및 승인 단계에서 관계 당국이 적극 개입, 약값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사가 투입한 천문학적인 개발비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것을 100% 인정한다고 해도 정도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각국이 특허를 통해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의 배타적 권리를 상당기간 보호해주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
매일 한 알씩 12주간 복용하는 초간편 C형간염 치료제는 다국적 제약사 BMS, 애브비, MSD 등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앞으로 이들 다국적 제약사들과 약가 책정 및 조정 협상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내일을 열며-이기수] 석 달치 약값이 1억원이라고?
입력 2014-11-29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