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자족하고 감사하는 삶

입력 2014-11-29 02:02

명심보감의 ‘안분’편에 나오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이라는 말은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고 만족을 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바울이 언급하는 ‘자족하고 감사하는 삶’(빌 4:11∼13)은 조선의 선비들이 누린 것 같은 여유와 한가로움의 환경에서 나온 말이 결코 아닙니다. 치열한 선교 현장의 핍박과 박해와 분주함과 위험 속에서 나온 고백인 것입니다.

원래 사도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유대교 율법을 맹종하면서 기독교인들을 비판하고 핍박하고 체포하고 죽이는 일에 온 열정을 다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부정하고 욕하는 일에 그의 삶을 다 바쳤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다메섹 도상에서 자기를 찾아오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극적인 만남을 통해 그는 복음의 절대적인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는 사람이 되었고, 자신의 모든 삶과 존재 이유를 완전히 달라진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삶에 대해 그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내가 전에는 비방자요 박해자요 폭행자였으나 도리어 긍휼을 입은 것은 내가 믿지 아니할 때에 알지 못하고 행하였음이라”(딤전 1:13). 그러나 예수님을 만나고 나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하여’ 열정을 다하는 ‘선포자와 사도와 교사’(딤후 1:11)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는 복음을 전하면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고린도후서 11:23∼30절에는 그가 겪은 수많은 어려움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고통 속에서도 그는 이전과 다른 긍정의 태도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또한 하늘에 올라가는 초자연적인 체험을 한 이후에 하나님께서 그를 교만하지 않게 하기 위해 주신 육체의 가시를 없애주시기를 세 차례나 간구했음에도 하나님께서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라고 응답하시자 낙심하지 않고 도리어 기뻐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의 약함을 자랑’하고 기뻐하는 사람으로 변화되었던 것입니다(고후 12:9∼10).

어떻게 그가 이렇게 감사하며 기뻐하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었을까요. 그가 전에 알았던 세상적인 욕망과 지식과 권력이 허망하며 배설물과 같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빌 3:7∼9). 또한 예수님을 만나고 난 후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과 상관없이 자족하는 삶의 비결을 예수님 안에서 배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백했던 것입니다.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1∼13).

오늘 우리도 세상의 환경과 상황 속에서 이리 부대끼고 저리 부대끼며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도대체 어떻게 기뻐하며 감사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변화되기 전의 바울처럼 자신의 이해와 생각에 따라 환경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바라본다면 수많은 불만과 불평이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울처럼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바라보고, 예수 그리스도만을 섬기며 따르는 삶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게 되면 우리는 참으로 자족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신경수 목사(열린문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