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2시30분쯤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에서 큰 불이 나 전체 점포의 절반 이상을 태웠다. 불은 초가지붕으로 된 건물과 전체 점포 80개 가운데 41개를 태워 1억9000만원(경찰 추산) 상당의 피해를 내고 50여분 만에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갑작스러운 화재로 생계의 터전을 잃은 화개장터 내 40여명의 영세상인들은 잿더미로 변한 점포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약초를 파는 상인 김모(60·여)씨는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가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영세상인들인데 코앞에 닥친 겨울을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상인들은 이곳에서 300여종의 약초와 칡즙·호떡·국수 등 먹거리를 팔아왔다. 대장간은 풀무질로 쇠를 녹여 농기구 등을 직접 만드는 장터의 명물이기도 했다. 특히 대부분 임대인 약초상인들의 경우 1명당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어치의 약초를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구례군과 경계를 이루는 섬진강 화개천변의 화개장터는 영호남 주민의 만남의 장소이고 화합의 상징으로 전통 5일장이 번성한 곳이다. 화개장터는 김동리 소설 ‘역마’의 무대이기도 하다. 하동군은 2001년 16억원을 들여 8226㎡ 규모의 화개장터 복원사업을 벌여 야외장터, 노천카페, 전망관 등을 갖췄다. 군은 당시 이들 건물을 보험의 하나인 건물시설물 재해복구공제에 가입했다. 하지만 건물시설물에 대한 보험이어서 불에 타버린 약초 등에 대해 보상이 될지는 의문이다.
하동=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화개장터’ 큰불… 점포 절반 잿더미
입력 2014-11-28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