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의혹’을 보도했다가 기소된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가토 다쓰야(48) 전 서울지국장이 법정에서 ‘독신녀 대통령의 남녀관계에 대한 보도가 명예훼손이냐’고 강변했다. 현 정부에서 ‘그림자 실세’란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59)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최근 수년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정씨가 법정에 출석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이동근) 심리로 27일 열린 가토 전 지국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정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앞서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는 정씨의 검찰 진술을 ‘부동의’했다. 혐의 입증을 위해 정씨의 법정 진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됐다. 재판부는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정씨를 2차 공판에 소환키로 했다. 정씨가 거부하면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구인장이 발부될 수 있다. 가토 전 지국장의 변호인은 “박 대통령 행적을 알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수행비서관도 증인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가토 전 지국장은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변호인은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동거녀 관련 기사가 많이 보도됐지만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칼럼이 독신녀인 대통령의 명예를 저해시킨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칼럼은 세월호 사건으로 박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져 레임덕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전하기 위한 보도였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였고 내용도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해당 칼럼은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업무를 보지 않고 남녀관계에 몰입했다’는 악의적인 추문”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과 정씨의 관계를 누가 입증해야 하는지를 두고서도 설전이 벌어졌다. 변호인은 “박 대통령과 정씨 관계가 긴밀한지는 검찰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입증 책임은 허위 사실을 주장한 피고인에게 있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수사기록에서 박 대통령의 처벌 의사가 드러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청와대 발표를 통해 의사가 확인됐다”고 대응했다.
가토 전 지국장 측은 각 쟁점마다 박 대통령을 부각시켜 검찰을 곤혹스럽게 했다. 혐의를 부인하는 동시에 사건을 정치·외교 쟁점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가토 전 지국장은 재판 말미에 “한국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고, 박 대통령을 비방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34석 규모의 법정에는 일본 취재진 50여명을 포함 내외신기자 80여명이 몰렸다. 재판이 시작되자 보수단체 회원들은 “가토를 즉각 구속하라”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소리를 지르다 끌려 나갔다. 이들은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는 가토 전 지국장의 BMW 차량을 막고 “가토가 대통령을 음해했다”며 계란을 던지고 침을 뱉어 빈축을 샀다. 법원 관계자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법정 질서 유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가토의 망발… “독신녀 대통령 남녀관계 보도 명예를 저해시킨 것인지 의문”
입력 2014-11-28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