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영화 '인터스텔라' 영성으로 보기… 영화 속 성경적 키워드

입력 2014-11-29 03:33
‘우주 어딘가에는 지구와 닮은 행성이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은 인간에게 늘 우주로 향한 꿈을 갖게 했고, 인류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마침내 유럽우주기구(ESA)는 지난 12일(한국시간) 유럽우주탐사선 로제타호(Rosetta)의 탐사로봇 필레(Philae)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혜성 착륙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또 로제타호가 혜성에 안착하기 6일 전에는 올 하반기 극장가 최고의 흥행작 ‘인터스텔라(Interstellar)’가 국내에 개봉됐다. 이 영화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구를 대신할 새 행성을 찾는 이야기로 관람객 741만명(27일 현재)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중력의 법칙, 블랙홀, 웜홀 등 어려운 천문물리학 이론을 영화적인 상상력과 연결지어 재미있게 풀어낸다.



영화의 시작은 지구의 종말을 알린다. 인류는 식량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더 이상 자연은 인간의 편이 되어주지도 않는다. 과학적 사고는 불필요한 것이며 ‘어떻게 하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까’만이 인류 최고의 관심이다. 소망이 사라진 그곳에 남모르게 진행된 큰 프로젝트가 있었다. 바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나사로 프로젝트’다. 나사로는 성경 속 인물로 죽었다가 예수로 말미암아 살아난 자이다. 나사로의 모습은 위기에 처한 인류가 새로운 나라 건설을 갈망하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 쿠퍼(매튜 매커니히)는 사랑하는 가족 딸 머피와 아들 톰과 함께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지낸다. 존재를 알 수 없는 제3의 인도에 따라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던 ‘나사로 프로젝트’와 만난다. 쿠퍼는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꼭 돌아온다’는 약속을 남기고 끝을 알 수 없는 우주탐험에 나선다.

영화 전체는 우주탐험의 불확실성과 어려움, 부녀의 그리움이 전체를 이루고 있다. 5차원 공간에 갇힌 쿠퍼는 남겨진 가족에게 소식을 전하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한다. 결국 딸 머피는 아버지의 사랑을 알게 되고 인류를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상대성은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딸을 임종 전에서야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NASA와 과학자들은 ‘그들’이 자신들을 부른다고 이야기한다. 쿠퍼는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묻지만 우주로 떠나기 전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행성 탐사의 실패 후 여주인공 아멜리아(앤 해서웨이)는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유일한 가치’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블랙홀에 갇힌 쿠퍼 역시 그들이 자신을 부른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인하여 자신이 자신을 불렀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알 수 없는 신이 아니라 바로 절대적인 가치의 사랑이라고 본 것이다. 이 사랑으로 인해 죽음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사랑에 대해 우리는 이해하는 바가 다르다. 예수 그리스도의 절대적인 사랑과 인간의 노력으로 구하는 사랑은 다를 것이다.

경기도 고양 일산동구 로고스교회 안성우(51) 목사는 “인류 종말을 운명론적 예정론에 맡겨 두지 않고 희생을 선택한 주인공의 길은 십자가의 길을 보는 듯했다”며 “(영화가) 약간의 신비주의에 빠지는 위험을 담고 있다 할지라도 인도하심을 믿는 주인공이 인류 구원의 믿음을 선택한 것은 감동적이었다”고 밝혔다. 안 목사는 또 “영화 ‘인셉션’이 심리학을 바탕으로 꿈과 현실이라는 공간을 오갔다면 인터스텔라는 물리학이라는 옷을 입고 우주와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영화에서 브랜든 박사(마이클 케인)는 쿠퍼를 우주에 보내면서 시 한편을 낭독해준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딜런 토머스의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라’는 시는 인류종말을 앞둔 그들의 노력과 마음을 담고 있다. 쿠퍼는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라고 화답한다. 결국 자신을 인도했다고 믿고 있었던 그 누군가는 시공간을 초월한 자신이었다는 인간 의지의 희망을 밝힌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절대자의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종학(44) 교수는 “인류는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시간을 초월하여 5차원의 세계를 영유하는 자질을 내재하고 있다”며 “인간 최대의 능력은 사랑이며, 이것이 발휘될 때 우리 인류는 구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인터스텔라가 한국의 관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비결은 사랑의 중력이 만들어내는 가족애라는 웜홀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안 목사는 “중력은 끌어당기는 힘이다. 중력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무게를 느낄 수 있다”면서 “이러한 무거움은 바로 우리를 ‘저 너머’에서 이끌어 당기는 절대자, 약속의 예수님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성규(52) 과학칼럼니스트는 “가족 중 어느 누가 머나먼 우주 공간으로 떠난다면 거리는 멀어지지만 애틋한 마음은 그들을 더 가까워지게 만든다”면서 “그것은 마치 사랑이라는 강한 중력 때문에 시공간이 휘어져 두 사람 간의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동통로인 웜홀이라도 생기게 만드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영화는 가족사랑은 시공을 초월한다는 교훈과 함께 절망에 빠진 인류에게 무한한 새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인간의 구원 곧 하나님에게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