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노동시장 개혁 논란] “대기업 정규직 임금 서있어 주고, 기업은 고용 확대를”

입력 2014-11-28 04:36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장관 집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청년 취업난, 비정규직 처우 개선,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통상임금 갈등까지 그 어느 때보다 고용·노동 관련 이슈가 첨예한 시기다. 이런 때 정규직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정부 입장이 공개되면서 노동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7일 서울 장교동에 위치한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만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꺼낸 첫마디도 “머리가 무겁다”였다. 이 장관은 그러나 “모든 게 다 끝없이 똑같이 가자는 것은 가지 말자는 것과 똑같다”면서 “노·사·정 대표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국민 모두가 기존 있는 분들의 논쟁을 벗어나 미래세대, 우리의 자녀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과감히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무·기능 중심 임금돼야 비정규직 격차 줄어”

이 장관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규직 과보호 논란에 대해 “임금체계 개편은 지금 우리 고용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전체 노동 소득 분배율을 낮추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 현재 받고 있는 임금을 낮추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정규직의 임금이나 각종 복지를 줄여서 비정규직에게 주자는 차원으로 오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정규직 임금을 줄이지 않아도, 직무 중심으로 임금체계가 바뀌면 소위 말하는 비정규직 임금, 고졸 임금이 올라가고 원·하도급 인력 간 임금 격차도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원청 대기업에 유노조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같은 직무를 담당하지만 중소기업이면서 무노조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의 거의 3배에 달할 정도로 격차가 크다. 한 직장에서 오래 있으면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계속 높아지는 반면 기간제로 직장이 계속 바뀌면 그 임금 인상이 반영되지 않아 그 일을 똑같이 오래했어도 임금 상승률이 낮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직무 중심으로 가게 되면 자연스레 비정규직, 정규직과 무관하게 그 일을 얼마나 오래 잘했는지에 따라 임금 수준이 정해지기 때문에 동일 업종 내 원청·하청 간 격차가 100대 75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 실효성 가지려면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 개편 반드시 필요”

주제는 자연스레 고용·노동시장 현안인 ‘60세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이 장관은 “정년 60세를 아무리 보장해도 현실적으로 기업이 50세 전후로 다 명예퇴직을 시키면 아무 실효성이 없다”면서 “그런데 기업이 나이 든 근로자를 자르려는 것은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 부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 연공서열을 개편하는 것이 근로자 입장에서는 정년까지 일할 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라면서 “기업에 대해서도 연차 부담 때문에 ‘쉽게 자를 수 있게’ 간접 고용을 하던 부분을 직접 채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이어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는 생활임금적인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사한 뒤 결혼하고 애를 낳고, 또 아이를 교육시키고 결혼시키는 등의 인생 과정에 따라 회사가 임금을 보전하고 책임지는 구조였다는 얘기다. 이 장관은 “그러나 지금은 한 가장이 모든 것을 다 책임지는 게 아니라 맞벌이를 하면서 한 사람은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파트타임하고 다른 한 명은 풀타임으로 일하는 1.5구조로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그에 맞춰 임금체계가 변화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 연공서열 혜택 볼 근로자, 기업 모두 양보는 불가피”

아무에게도 부담은 없을까. 이 장관 역시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서 이 정도는 ‘잃을 수 있다’는 양보는 필요하다”면서 “따라서 국민들에게 설명을 잘 해나가야 한다”고 인정했다.

연공서열을 적용받으며 대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매년 가만히 있어도 2%대 임금이 인상될 수 있지만, 직무·기능 중심으로 체계가 바뀌면 이 부분은 포기해야 한다. 이 장관은 이를 “조금 서 있어야 한다”고 표현했다.

그는 “그렇지만 이렇게 바뀌어서 비정규직 등이 개선되면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도 지금 ‘질이 낮다’고 생각해 취업하지 않는 중소기업에도 취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면서 “그래야 고용률 70%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어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업도 이렇게 바뀌는 만큼 간접 고용에서 직접 고용을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정년 연장을 앞두고 임금체계 등을 놓고 논의가 시작된다”면서 “기업은 일단 근로자 정년을 보장해주면서 신뢰를 확보하고 그 다음으로 직무 성과급 중심 체제 개편을 하는 방식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