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美 ‘잊혀질 권리’ 논란 격화

입력 2014-11-28 02:04
유럽연합(EU)이 인터넷 회사 등에 개인의 프라이버시 관련 내용을 지워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를 유럽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웹 사이트에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반대하는 미국 구글 등과 EU 간에 잊혀질 권리를 둘러싼 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EU 28개국의 정보통신 분야 당국자들이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잊혀질 권리를 유럽 지역에 개설된 웹 사이트뿐만 아니라 구글닷컴과 같은 구글의 모든 웹 사이트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잊혀질 권리가 구글닷컴으로 확대 적용되면 사실상 전 세계 대부분의 웹 사이트에서 민감한 개인정보를 없앨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유럽사법재판소(ECJ)는 개인들이 인터넷 회사에 잊혀질 권리를 요구할 경우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부터 유럽지역 인터넷 회사들은 잊혀질 권리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 외 지역의 인터넷 사이트였다. 구글도 지난 6월부터 유럽지역 웹 사이트에 등재된 개인정보에 대해 삭제 요청이 있으면 심사 후 삭제했다. 가령 구글프랑스 내 정보에 대해 삭제 요청이 제기돼 구글이 이를 수용하면 프랑스에서는 더 이상 검색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정보가 미국 구글닷컴이나 구글코리아에서도 검색되지만 이것까지 지워주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EU가 유럽 외 다른 지역으로까지 삭제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프랑스 국가정보위원회(CNIL) 이사벨 팔크-피에로탱 의장은 “누구도 ECJ의 판결을 피해갈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잊혀질 권리 판결 이후 온라인상의 정보 관리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잊혀질 권리에 반대하는 쪽은 이 규제가 인터넷 검열과 다를 바 없다고 항변한다. 또 표현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럽은 개인정보 보호는 아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유럽의 이런 태도에는 유럽 시장에서 점점 강화되는 미국 기업 구글의 지배력을 우려하는 시각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