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 논란] 정규직 혜택 축소 카드 고용 하향평준화 우려

입력 2014-11-28 02:15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기존의 ‘정규직 혜택’ 축소 카드를 뽑아들 경우 노동여건이 하향평준화될 것이란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임금 축소, 해고요건 완화 등을 검토하려면 먼저 사회안전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언급한 ‘정규직 과보호론’은 현재 정규직이 누리고 있는 연공서열에 바탕을 둔 높은 임금 수준, 60세 정년 보장 등의 혜택을 줄여 비정규직의 정규직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런 식으로 노동시장을 개혁할 경우 기업들이 정규직의 임금을 낮추거나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이 줄인 정규직 혜택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으로 흘러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이익을 정규직이 가져간 것이 아니라 재벌 대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각종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같은 정부의 시각에 대해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의 하향평준화이자 정상의 비정상화”라고 비판했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규직 처우를 건드리면 오히려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덴마크의 경우 해고를 자유롭게 하되 3년간 기존 임금의 80%를 실업급여로 보장한다”며 “비정규직 보호대책부터 나와야 하향평준화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정규직의 고용 안정 수준이 최 부총리 말처럼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명시적인 해고가 아니더라도 권고사직, 희망퇴직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며 “한국 노동시장이 유럽에 비해 경직돼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노동시장 개혁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사업장이나 상황별로 섬세하게 접근할 문제인데 기획재정부가 여론몰이 하듯 일방적으로 꺼내놓으면서 정부와 기업도 당혹스러운 눈치다. 정부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은 정부가 오래전부터 고민하던 문제”라며 “첨예한 이슈인데 이런 식으로 터져 나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기업 인사 관계자는 “사업장별로 섬세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를 정부가 섣불리 거론하면 될 논의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