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제안해 올해 발표 예정이었던 고용·성장·소득분배와 관련된 연구 결과가 지난달 호주 G20 정상회의에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불과 1년 전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이 정상선언문에도 반영되는 등 외교적 성과를 이뤘다고 강조했지만 없었던 일이 된 셈이다.
27일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열린 제8차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관련 국제기구가 고용·성장·소득분배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당시 “박 대통령의 이 제안은 회원국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후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관련 연구에 착수했고 지난 6월 셰르파 회의(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G20 회원국의 실무회의)에서 ‘소득불균형-성장 간 관계보고서’ 초안을 보고했다. 보고서는 지니계수가 1포인트(100분의 1) 상승하는 만큼의 소득불균형 악화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 포인트 하락시킨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내놨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1 사이 값으로 표시되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 한국을 포함한 회원국들은 이 회의에서 최종 연구결과를 올 정상회의에 반영키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제9차 G20 정상회의에서 이에 대한 결과물은 발표되지 않았다. 통상 직전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사안에 대한 결과물이 다음 회의에서 나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상선언문 관련 첨부 문서로도 발표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안건 중 재무 쪽은 기재부 담당이니 그쪽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상회의 논의 대신 IMF에서 지난 4월 관련 보고서를 미리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일보 확인 결과, 지난 4월 나온 IMF 보고서는 지난 6월 IMF·OECD 초안과 다른 별개 보고서였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
[단독] G20서 ‘소득불균형과 성장’ 간 연구결과 발표키로 합의했는데… 朴의 제안 사라진 이유는
입력 2014-11-28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