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논란’ 출판사 결국 매각

입력 2014-11-28 02:55
베스트셀러를 쏟아내며 짧은 시간에 고속 성장을 해온 출판사 쌤앤파커스가 사내 성추행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창업자가 물러나는 운명을 맞았다.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내 쌤앤파커스 사옥 정문 안내판 모습. 쌤앤파커스 제공

출판사 쌤앤파커스의 박시형(51) 대표가 보유한 회사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사퇴했다. 박 대표가 회사 간부의 수습 여사원 성추행 의혹을 묵살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지 2개월 만이다.

박 대표는 26일 전국언론노조에 보내는 응답서 형식의 글에서 “그동안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지난 24일부로 쌤앤파커스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쌤앤파커스는 지난 두 달여간 온갖 오욕을 뒤집어쓰고, 세간의 엄청난 비난을 받아왔다”며 “저는 모든 책임을 지고 쌤앤파커스를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주인이 교체된 쌤앤파커스에는 삼성물산 법인장 출신의 이성만씨가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 신임 대표는 공동 투자자들과 함께 박 대표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한 달 전부터 회사 매각을 추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논란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커지고 이 과정에서 사태 수습을 책임진 박 대표의 미온적 대처가 초점이 되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6년 박 대표가 창업한 쌤앤파커스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혼창통’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선보이며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성추행 논란에 발목이 잡혀 창업자가 물러나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

성추행 문제는 지난 9월 언론노조 출판분회가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출판분회 성명서에 따르면 쌤앤파커스의 수습 여직원 A씨는 2012년 9월 이 회사의 B상무와 술자리를 갖고 그의 오피스텔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지난해 7월 A씨는 이 사실을 사내에 공개했고 B상무는 사표를 냈다. A씨는 같은 해 9월 사직한 뒤 B상무를 고소했다. 지난 4월 서울서부지검은 성추행 시 피해자의 저항이 없었다며 증거불충분으로 B상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며 출판사는 9월부로 B상무를 복직시켰다.

그러자 A씨와 출판분회는 성명서를 내고 박 대표가 가해자를 감싸고 있다고 비판했다. A씨가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항의해 법원에 제기한 재정신청은 지난 9일 각하됐다. 그러나 A씨와 출판분회는 파주출판단지 내 쌤앤파커스 사옥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박 대표에게 공식 사과 등을 촉구해 왔다.

박진희 출판분회장은 27일 “박 대표는 피해자에 대해 어떤 책임 있는 행동도 보여주지 않은 채 회사를 매각해 돈을 챙겼다”면서 “굉장히 무책임한 자세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쌤앤파커스의 한 직원은 “박 대표 사퇴에 배신감보다는 안타까움이 크다”며 “회사와 직원들, 저자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평생 일궈온 일에서 물러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