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죽어가는 생명·세상 살리는 학문 돼야”

입력 2014-11-28 02:07
장종현 백석대 설립자는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방배로 백석대 설립자실에서 “신학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의 영적 생명력을 회복하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올바른 실천을 도모해 한국교회의 영적 부흥을 일으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의 문제는 목회자의 문제이고 목회자의 문제는 결국 신학의 문제다. 지난 22일 ‘한국 기독교 선교 130주년 대성회’ 설교자로 나선 장종현 백석대 설립자는 성숙이냐 쇠퇴냐의 기로에 놓인 한국교회를 향해 “사변화(思辨化)된 신학을 반성하고 성경이라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방배로 백석대 설립자실에서 ‘개혁주의 생명신학’을 주장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한국교회는 복음을 받아들이고 120여년간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영적 생명력이 약화돼 세상에서 비난받는 상황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선지(先知)학교에서 신학을 단순 학문으로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장 목사는 “신학의 요체는 생명을 살리는 복음에 있기 때문에 죽어가는 생명, 교회, 세상을 예수 그리스도로 살리는 학문이 돼야 한다”면서 “신학이 학문에 그치면 인간의 학문을 자랑하는 수준밖에 안 되며 그런 학문을 배운 사람은 복음 전파를 부끄러워한다. 그런 신학은 교회까지 문 닫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장 목사의 요지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생명력이 빠진 신학은 학문적 노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훌륭한 신학체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구원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학문적인 신학발전이 교회를 부흥시키지 못한다”면서 “그런 신학은 사람도 살리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장 목사는 “신학의 대상인 하나님은 인간과 우주를 창조하신 분으로 이성적 잣대로 판단하기엔 너무 크고 존귀하신 분이다. 따라서 우리의 지·정·의를 모두 동원한다 해도 그분을 이해·파악할 수 없다”며 “그러므로 하나님에 대해 연구할 때는 그분의 위대하심과 나의 작음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무릎 꿇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 목사는 ‘성경이 성령의 감동으로 쓰인 책이기 때문에 교수가 성령 충만하지 않고는 성경을 바로 이해할 수 없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백석대 기독교학부 교수 채용 때도 독특한 방식을 거친다. 교수가 되고자 하는 후보자들은 10일 금식기도를 한 뒤 신앙고백서를 제출해야 한다.

장 목사는 “지원자는 반드시 무릎을 꿇고 육신을 치는 금식기도를 해야 하며 그때 작성한 신앙고백서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2차 면접 때 그걸 다시 확인하는데 지원자의 3분의 2는 이때 떨어져 나간다”고 귀띔했다. 그는 “간혹 다른 사람의 신앙고백을 인용해 제출하는 경우도 있는데 면접 때 기도를 시켜보면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면서 “하나님보다 자기 지식, 이력 등을 내세우는 지원자들은 자연스럽게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7년 전부터 이런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소경이 소경을 인도해 둘 다 구덩이에 빠지는’(마 15:14)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신학의 본질은 무엇일까. “성경에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하나님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경외하는 경건까지 포함합니다. 참된 신학은 하나님을 사랑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게 하지요.”

장 목사는 선교 13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가 반드시 붙들어야 하는 원칙으로 성경, 그리스도, 하나님의 은혜·영광을 꼽았다. 이것은 종교개혁 당시 개혁파 교회의 표어이기도 하다.

“생명력 있는 교회가 되기 위해선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개혁주의 생명신학의 5대 원칙을 붙들어야 합니다. 이건 새로운 신학이 아닙니다. 칼뱅을 비롯한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에 뿌리를 두자는 것입니다. 개혁주의 생명신학은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입니다. 신학적으로 아무리 이해하기 어렵고 때로는 불합리하게 보인다 해도 성경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 반대가 돼선 절대 안 됩니다.”

장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나타나는 잘못된 경향을 지적하고 목회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이 목회자 속에서 생명화되지 못하면 결국 하나님의 말씀을 갖고 자기 일을 한다”면서 “오늘날 한국교회 위기는 목회자들의 내면에 말씀의 생명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한국교회에는 보이는 것만 믿고 아는 것만 전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게다가 성령님께 의지하지 않고 지식에 의존해 말씀을 전하고 신앙 척도를 도덕·윤리적 기준에서 찾으려고 한다. 이것은 분명 잘못된 흐름”이라고 우려했다. 장 목사는 “목회는 머리나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무릎, 가슴, 손과 발로 하는 것”이라며 “그래야 예수님의 생명이 나타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생명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목회자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소명과 사역을 생각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사명자는 늘 ‘부르심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있는가’를 반문해야 합니다. 내 욕망을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 맙시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