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빚 폭탄’ 이대로 방치할 텐가

입력 2014-11-28 02:16
과도한 가계부채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해 채무를 조정 받는 개인회생 신청건수가 올해 사상 최대치로 예상되는 등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의 부작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경기 부양책의 그림자였던 가계부채에 마침내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개인회생 신청자는 9만310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6% 늘어났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 한 해 개인회생 신청자는 지난해의 10만5885건을 넘어 연간 기준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가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고 서민과 빈곤층의 상환능력이 극도로 취약하다는 점에 있다. 지난 9월 말 사상 최대인 1060조3000억원을 기록한 가계부채는 지난 7∼9월 3개월에만 무려 22조원 급증했다. 사상 최대의 분기 증가 폭이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부채를 주도했다.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린 데다 통상적으로 연말이면 부채가 더 늘어나는 계절적 추세 등을 감안하면 4분기 가계부채 증가세는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 집계 결과 올 3월 말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부채를 가처분소득(실제 생활비 등으로 쓸 수 있는 돈)으로 나눈 비율은 120.7%로 소득 5분위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106.5%)와 비교해도 큰 폭으로 악화됐다. 쓸 수 있는 돈보다 빚이 더 많다는 의미로 저소득층의 가계부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우려되는 것은 가계부채의 주범이 저금리임에도 정부는 오히려 금리를 더 낮춰야한다는 입장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올 들어 한국은행을 압박, 두 번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토록 한 최경환 경제팀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통해 다시 한은을 옥죄며 추가 금리 인하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이자를 낮춰 돈이 많이 풀리게 해소비를 늘리고, 이를 다시 생산과 투자로 이어지게 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확장재정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당에 보완책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을 두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정부 의도와 달리 아무리 돈을 풀어도 소비심리는 오히려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 더 위축되고 경기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경제팀의 대표적인 역점 정책인 부동산경기 활성화 효과도 잠시 반짝하는 듯 하더니 깊은 동면에 빠져 있다. 저금리 역풍으로 전셋값만 폭등시킨 최악의 정책으로 인식될 것이다.

정책은 선택의 문제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책은 세워야 된다. 현재의 우리 가계부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해외언론 등이 여러 번 우려를 나타낼 만큼 심각하다. 특히 저소득층의 부채는 한계점에 달하고 있다. 미시와 거시 정책 모두를 동원해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겠다. 뇌관을 방치해 폭탄이 터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