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사이드-외교부 직원들이 말하는 ‘반기문 대망론’] “그런 데 관심 가질 분 아니에요”

입력 2014-11-28 02:20

외교부 인사들에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 전망을 물어보면 하나같이 손사래만 친다. “어휴…그런 데(대권 도전) 관심가질 분이 아니에요.”

1970년 외무고시 3회로 입부(入部)해 장관(2004∼2006년)까지 지낸 곳이 외교부인데 왜 ‘친정식구’ 대다수가 이렇게 말할까. 이유는 “한국이 낳은 첫 유엔 수장으로서 국제사회에 남길 반 총장의 족적을 깎아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30년 전 반 총장을 처음 직속상관으로 ‘모셨던’ 고위 간부는 27일 “전혀 생각도 없으신 것 같고 나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아예 정치 쪽은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이어 “유엔 수장으로 권력이 아쉬운 것도 아니고 국내정치 생리도 다 아시는데 ‘무덤’으로 걸어 들어갈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수길 전 유엔대표부 대사도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본인이 대선출마 생각이 없다는 말을 여러 사람들한테 밝혀왔다”고 잘라 말했다. 반 총장을 좀 안다고 하는 외교부 인사들의 대답은 모두 이랬다.

하지만 반 총장이 대외적으로 똑 부러지게 ‘노(No)’라고 말하지 않은 점은 여전히 ‘반기문 대망론’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외교부 출신 원로들로부터 정치적 조언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그래서 “현 시점은 아니더라도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2016년에는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외교부 다른 고위 간부는 “지금 국내정치 논리로 반 총장을 흔들면 유엔 수장 역할에 장애만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또 “퇴임 후에도 유엔 특사로 활동하거나 전 세계 강연을 다니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반 총장을 ‘통일 대통령’의 적임자로 보는 외교부 직원들의 시각도 상당수 존재한다. 한 인사는 “10년간 유엔 수장을 하며 구축한 네트워크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라며 “남북 관계에 대한 관심도 각별해서 2년 뒤 국제 정세가 잘 맞아떨어지고 국민적 부름이 여전하다면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다른 직원은 “외교부 출신 대통령이 나오면 조직에 득 되지 나쁠 건 없다”며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이면 잘됐으면 한다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반기문 대망론이 급부상한 것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반 총장을 자기 쪽 차기 대선주자로 ‘러브 콜’하면서 벌어진 기현상이었다.

지금 반 총장은 ‘극히 중요한’ 내년을 앞두고 있다. 2015년은 그에게 2016∼2030년 유엔이 수행할 ‘포스트 새천년 개발목표’를 반드시 선정해야 하는 시간이다.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한, 반기문 대망론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듯하다. 과거 대선에서도 이처럼 지속적인 ‘국민적 여망’을 받다가 본인의 마음이 바뀌었던 사례는 있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