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불쌍한 경전선

입력 2014-11-28 02:10

철도 경전선(慶全線)은 경남 밀양시 삼랑진역과 광주광역시 광주송정역을 잇는 노선이다. 전체 길이가 300.6㎞이다. 경상도와 전라도, 경부선과 호남선을 연결하는 유일한 철도라는 점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경전선은 1905년 삼랑진∼마산 구간이 건설된 이후 22년 광주송정∼순천, 23년 마산∼진주 구간을 거쳐 68년 진주∼순천 구간 연결로 완전 개통됐다. 양쪽을 연장해 부산광역시 부전역과 전남 목포역까지 운행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경전선은 일제가 영남과 호남 곡창지대의 쌀과 면화 등을 부산항과 목포항을 통해 원활하게 일본으로 반출할 목적으로 건설됐으나 두 지역의 인적 물적 교류를 촉진하는 핵심 교통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남해안고속도로 및 88올림픽고속도로 건설과 승용차 증가로 인기가 시들해졌다. 대부분의 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되고, 2012년 순천∼목포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열차 수요는 급감했다.

느림보 무궁화호로 운행되는 경전선이 천덕꾸러기가 된 것은 당연지사. 코레일은 다음 달 말부터 경전선 노선 중 순천∼목포 구간 운행 횟수를 일부 줄일 계획이다. 하루 1회 부전역에서 목포역까지 단번에 운행하는 열차를 순천역까지만 단축 운행한다. 수익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란다. 이에 전남도와 목포 화순 보성 순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경제를 망치게 하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며 집단행동 불사를 거론하고 있다.

딱한 일이다. 경제 논리대로라면 단축 운행이 맞겠지만 지역민들에게는 여간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요금을 50% 할인받는 노인들의 불만이 크다니 가슴이 시리다. 경남과 전남을 넘나드는 외지 관광객들에게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최근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영호남 지역 간 화합 및 상생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코레일 측과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 봤으면 좋겠다. 경전선이 불쌍하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