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리가 국력] 경주 월정교·수원 화성행궁 봉수당… 지나치게 커지고 균형 잃고

입력 2014-11-29 03:08
1997년 복원된 경기도 수원 화성행궁 봉수당. 일부 전문가들은 양 끝 처마가 옆 건물 기와에 어색하게 올라가 있다고 지적한다. 화성=서윤경 기자

경북 경주시 교동 274번지. 신라시대 문천(蚊川) 위를 가로지르던 다리는 밤이 되자 화려한 색을 입었다. LED 조명에 빛이 들어오면서 문천을 흐르는 물 위로 빛을 입은 다리가 아른거렸다.

이탈리아의 문화재 보존·복원 현장을 가기에 앞서 지난달 17일 경주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만난 월정교(月淨橋)의 첫인상은 ‘아름답다’가 아니라 ‘거대하다’였다.

경주시와 문화재청은 사업비 235억원을 들여 2008년 5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월정교(月淨橋) 복원 공사를 진행했다. 월정교를 연결하는 건물인 문루는 내년에 공사를 끝낸다. 건설에 들어가기 전 유네스코가 경주를 찾았다. 2000년 유네스코가 경주에 ‘역사유적지구’라는 이름을 붙여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했기 때문이다. 실사단은 월정교 복원이 경관을 바꾸지 않을까 점검했다.

유네스코의 승인은 받았지만 문화재 관련자들 사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문화재 담당자는 “자료가 부족한 고대 건축 문화재의 경우 복원을 하는 과정에서 크기가 과도하게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월정교에 대한 기록은 춘양교와 함께 신라 제35대 경덕왕 19년(760년)에 축조돼 고려 제25대 충렬왕 6년(1280년)에 중수했다는 삼국사기 속 내용이 전부다.

경기도 수원의 화성행궁 내 봉수당(奉壽堂)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봉수당은 화성 유수부(조선시대의 지방행정구역)의 동헌 건물로 쓰였던 건물로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의 회갑연 진찬례를 거행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때 파괴됐다가 1997 년 복원된 봉수당의 문제는 양끝 처마가 옆 건물 기와에 부자연스럽게 올라가 있다는 것이다. 전체 그림을 시뮬레이션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외에도 복원된 국내 건축 문화재들에선 어색한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문무대왕릉을 볼 수 있도록 지어진 이견대, 안압지 앞 동궁은 신라시대 건축임에도 복원 과정에서 고려와 조선 건축 양식이 들어갔다.

다행인 것은 문화재 보존·복원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에 덧집을 씌웠다. 덧집은 석탑을 조립하고 보강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조성했다. 덧집은 복원 중인 미륵사지 석탑에 가장 먼저 사용했다. 연구소 산하 보존과학센터는 프랑스, 일본, 중국과 고서 등 종이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유네스코의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를 통해 선진 보존·복원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ICC ROM의 연간 포럼인 문화유산관리의 첫 번째 포럼도 지난해 한국에서 열렸다. 지난 6일(현지시간) 로마의 ICCROM 본부에서 만난 스테파노 디 카로 디렉터는 “서양과 달리 아시아는 끊임없이 보수해야 하는 목재가 많아 최적화된 보존·복원 방법을 모색한다”고 조언했다.

경주=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