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이 유행하면서 한국에도 곳곳에 이상한 조각물이 많이 생겨난 것으로 압니다. 일본도 그렇지요. 하지만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들어 가야 진정한 공공미술입니다.”
일본의 중진 미술가 나카무라 마사토(51·사진)는 맥도날드, 세븐일레븐 등 기업 로고를 활용한 작품이 한때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맥도날드 황금아치 설치 작품으로 2002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 이렇듯 ‘진정한 공공미술’의 전도사가 됐다.
그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최정철) 주관으로 26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러 한국을 찾았다. 공공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을 주제로 심포지엄에서 그는 자신이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는 도쿄의 신개념 창작 공간 ‘3331 아트 치요다’ 사례를 소개했다.
아트 치요다는 2010년 도쿄 번화가의 중학교 건물을 개조해 만든 대안 예술공간이다. 치요다구(區)공모전에 당선된 이 예술공간에선 지역 사회를 위한 각종 이벤트가 벌어진다. 아동 교육 프로그램에서 어른을 위한 전시, 파티, 패션쇼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각종 이벤트가 벌어진다. 그는 “뭐든 상관없지만 예술가를 위한 게 아니라 시민을 위한 예술이냐 아니냐가 행사를 허가하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후에는 ‘와와 프로젝트’라는 재건 지원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화가 건축가 디자이너 등 전 세계 예술가들이 이재민들을 도울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영화제작, 책자, 신문 만들기에서부터 돕기 싶은 마음이 생각해낸 신선한 프로젝트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 예로, 지진 피해로 선박들이 부서지는 바람에 어부들은 생계가 막막해졌다. 기업 후원금을 받아 배를 재가동시켜주고, 배에는 기업 로고를 이용한 일종의 광고성 작품을 제작해주는 프로젝트로 신발회사 사장과 패션디자이너가 머리를 맞댄 아이디어였다. 어떤 작가는 체육관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뜨개질을 하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일종의 예술 치료다.
한국은 올해 세월호 대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을 겪었지만 이런 식의 예술적 지원 프로젝트는 없었다. 조언을 부탁하자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너무도 큰 충격에 처음에는 예술가들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3년 정도 지나서야 예술가들이 고민한 결과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사람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아 와와 프로젝트에서도 마음을 열게 하는 게 필요했다. 한국에선 한국인의 기질에 맞게 고민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공공미술의 전도사, 日 나카무라 마사토 “지역 주민과 함께 해야 진정한 공공미술이죠”
입력 2014-11-28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