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 365-11월 28일] 눈 먼 사람들의 세상

입력 2014-11-28 02:29

찬송 : '하나님 아버지 주신 책은' 202장 (통 241장)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사도행전 16장 16∼25절


말씀 : 사마라구의 대표작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책이 있습니다. 바쁜 출근길, 신호대기에 멈춰선 자동차가 파란 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출발하지 않습니다. 뒤에서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답답한 사람이 내려서 그 차에 다가가자 운전하던 사람이 말합니다. “제 눈이 보이지 않아요.” 이 병은 급속도로 전염됩니다. 사람들은 안과로 몰려듭니다. 그런데 안과의사도 눈이 멀어버립니다. 이 책은 보이지 않음으로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수치심도, 인간으로서의 배려심도, 인간으로서의 사랑이나 이성을 잃어가는 사람들로 가득해지는 세상입니다. 어쩌면 나 자신도 점점 눈이 멀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성경에는 귀신 들려 점치는 여자가 나옵니다. 이 여자에게는 주인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이 불행한 여자를 이용해서 큰 이익을 보고 있었습니다. 돈과 이익에 눈이 멀어버리면 타인의 인격이나 괴로움은 보이지 않게 됩니다. 가장 나쁜 사람은 나뿐인 사람입니다. 나만 잘 먹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이 세상을 어둡게 만들고, 세상을 타락하게 만듭니다. ‘내’가 살기 위해 타인을 힘들게 하고, ‘내’가 성공하기 위해 남을 괴롭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대에는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눈먼 사람입니다.

‘내’가 모여 ‘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죽어 ‘우리’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이면 우리가 되는 줄 아는데 진정한 ‘우리’라는 공동체는 ‘내’가 죽어야 만들어집니다. ‘내’가 죽어야 ‘우리’라는 예수 공동체가 살아납니다.

‘좌파냐 우파냐, 진보냐 보수냐? 이 편이냐 저 편이냐, 흑이냐 백이냐?’ 늘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이념의 틀에 갇혀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건 여러 색이 잘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없는 이념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사랑이 없는 사회, 사랑이 없는 가정, 사랑이 식어버린 교회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체 게바라 자서전’ 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체 게바라는 23살에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하다 혁명가의 꿈을 품었고, 26살에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해 과테말라에서 총을 들었고, 28살에 쿠바로 떠나는 혁명가들의 배에 몸을 실었고, 31살에 쿠바 혁명을 성공시켰으며, 그리고 39살에 볼리비아 밀림에서 외롭게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그날까지 한순간도 손에서 총을 놓지 않았다. 그를 가리켜 세상은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부른다.”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전사하는 그날까지 한순간도 손에서 총을 놓지 않았다는 말이 마음에 걸립니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시던 그 순간까지 한순간도 사랑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가난한 자와 고아와 과부를 비롯한 사회의 약자에게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으셨습니다. 혁명 중에 최고의 혁명은 사랑의 혁명입니다. 눈먼 사람들로 가득해진 세상을 치료하는 가장 완전한 방법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법입니다.

기도 : 하나님, 지금 우리 사회는 눈먼 자들로 가득해졌습니다. 눈을 떠서 주님을 보게 하시고 세상 모든 사람이 주를 아는 지식으로 가득해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주기도문

이기철 목사(응암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