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뒷돈 수수’ 수출입은행장 비서실장 체포

입력 2014-11-27 03:27
가전업체 모뉴엘에 대출 편의를 제공해주고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현직 한국수출입은행장 비서실장이 검찰에 체포됐다. 모뉴엘이 한국수출입은행에 의해 ‘히든 챔피언’(수출우량 중소기업)으로 선정되고 거액 신용대출을 받는 과정의 이면에 금품 로비가 존재했을 정황이 나온 것이다. 모뉴엘의 6700억원대 금융사기 사건 수사가 국책 금융기관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26일 뇌물수수 혐의로 수출입은행장 서모(54) 비서실장을 체포했다. 서 실장은 이날 금융감독원에서 모뉴엘 대출 관련 조사를 받고 사무실로 돌아온 후 검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서 실장은 수출입은행 중소기업금융부장이던 2012년 하반기 모뉴엘 박홍석(52·구속기소) 대표로부터 대출 청탁과 함께 현금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대표에게서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서 실장은 검찰에 체포되기 직전 국민일보와 통화하며 “박 대표는 만난 적도 없다. 어떤 의혹이 떠돌든 사실이 아니다”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수출입은행은 2012년 7월 모뉴엘 등 7개사를 제1회 ‘히든 챔피언’에 선정한 뒤 정책적 지원을 했다. 검찰은 서 실장이 히든 챔피언 선정 실무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0일 열린 ‘한국형 히든 챔피언 인증식’에도 참석했다. 당시 모뉴엘에서는 강모(42·구속기소) 재무이사가 나왔다.

모뉴엘은 히든 챔피언으로 선정된 뒤 수출입은행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 모뉴엘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장단기 대여금은 2011년 40억원 수준이었으나 2012년부터 매년 수백억원대로 치솟았다. 검찰은 모뉴엘이 대출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수출입은행 직원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모뉴엘에 대한 대출 잔액은 현재 1135억원에 이르며 100% 신용으로만 대출해준 탓에 은행 측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날 모뉴엘에 대출 지급보증을 해주는 과정에서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한국무역보험공사 허모(52) 부장도 체포했다. 무역보험공사의 이모(60) 전 무역진흥본부장이 모뉴엘 박 대표로부터 현금 수백만원씩을 꾸준히 상납 받았다는 의혹(국민일보 11월 26일자 10면 참조)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무역보험공사·수출입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조만간 이 전 본부장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지호일 이경원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