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33) 르완다 피그미족을 만나다

입력 2014-11-29 02:10
르완다 피그미족은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마저 무참히 짓밟힌 채 살아가고 있다. 왜소한 피그미족 여인들과 함께한 모습.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시고 심히 좋았다고 성경은 말한다. 마땅히 그런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 있어야 할 인간이다. 하나 인간은 보다 끔찍하고 야만적이다. 하나님으로부터 심각하게 멀어져 있다. 나는 2010년 12월 르완다의 한 시골 마을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사악함을 목도하게 되었다.

피그미족들은 국제사회로부터 아무런 관심과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부족 간 또는 나라 간 자원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다. 그들의 터전인 콩고 밀림에서 무차별 살육과 강제 추방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인 키 150㎝를 밑도는 이들은 이해관계에 얽힌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최소한의 존엄성조차 말살당하고 있다. 콩고 군인들이 이들을 잡아다가 인육을 끓여먹는다는 흉흉한 얘기가 떠돌기도 한다. 정력에 좋다는 미신 때문이다.

르완다 정부는 최근 심혈을 기울여 경제개발 계획에 착수해 각종 제반 시설을 정비하고 있다. 대통령의 롤모델이 다름 아닌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이다. 영토가 작은 까닭에 도시 기반이 급속도로 마련되고 있다. 키갈리시내에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르완다 내전 이후 국민 모두가 상처를 잊고 빨리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소외되는 종족이 바로 피그미족이다. 목숨 걸고 콩고에서 피난 온 이들은 또다시 백척간두에 처해 있다. 도시개발의 여파로 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다른 마을로 이전시켜준다고 공언했지만 보상금 한푼 받지 못하는 등 이미 몇 차례 약속이 깨졌다. 이들은 다른 종족과 부딪히지 않으며 조용히 농사를 짓고 살아갈 정도로 성격이 지극히 온순해 싸울 줄도 모른다. 주거 문제로 부족이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그나마 용기를 낸 피그미족 대표가 항의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주검일 뿐이었다. 목소리 한번 낸 대가치고는 너무 가혹했다. 이후 르완다에서는 누구도 정부 측에 강력하게 항의하지 못하고 있단다.

이들의 집은 어둡고 좁았다. 잠자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이 집을 이루는 요소가 된다. 전기도 없이 안으로 들어가자 성인 3명이 서 있어도 공간이 비좁을 정도다.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헌신된 한 선교사가 마을의 자립을 돕고 있었다. 식량 확보에 용이한 염소나 닭 따위의 가축을 분양하는 일이다.

이들에게 이따금 물적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들의 인권이 존중될지는 모른다. 아프리카에 수많은 현지인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피그미족의 눈물은 특별하다. 그들은 아예 종족 멸망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제 피그미족은 어디로 가야 할까? 밀림에서 쫓겨나 점점 더 척박한 땅으로 내몰리는 그들. 더 이상 성장의 논리에 무참히 짓밟힌 그들의 아픔이 없었으면 한다. 가장 가난하고 핍박받는 이들에게 가셨던 예수님의 뜻을 헤아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태도라면 피그미족을 포함한, 오늘을 살아가는 소외된 이웃에게 어떻게 행해야 할지가 명확해진다.

문종성 (작가·vision-mat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