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목사님이지만 저자가 결혼과 부부에 대해 이야기할 땐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이 책에선 저자의 그런 묵직함을 읽을 수 있다.
“결혼한 이후 다정한 대화가 줄었다 해서 사랑이 식은 건 아닙니다. 아내들은 남편에게서 흡족한 공감을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남편을 좀 이해해 주면 어떨까요? 남편들 또한 아내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고 맞장구쳐 주면 부부 사이가 더욱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진짜 좋은 부부는 침묵 속에서도 사랑이 느껴집니다.”(63쪽)
책은 저자가 그동안 결혼과 부부생활에 대해 방송하고 강의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울고 웃으며 살아온 저자의 30년 결혼생활 노하우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은 결혼을 잘한 사람이고, 반대의 경우는 결혼을 잘못한 사람이라 단언할 정도로 결혼을 중요하게 여긴다. 서문에서도 “결혼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삶의 이유가 되고, 그것을 통해 안정과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정의할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결혼식장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돈, 처가, 시댁, 자녀교육, 외도 등으로 바람 잘날 없는 결혼생활을 경험할지 모른다는 것. 그 결과, 사랑스럽고 애교 많던 아내는 어디 가고 남편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여전사’를 보게 된다. 또 별과 달을 따줄 것처럼 믿음직스럽던 남편도 사라지고 밥 안 차려준다고 떼쓰는 ‘투덜이’를 만나게 된다. 물론 부부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 콩깍지가 벗겨지다보면 자칫 사소한 오해로 부부관계가 어긋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게 사랑이다. “부부 사이가 회복되려면 돈이나 옷 같은 현상을 좇지 말고 본질인 사랑이 들어오도록 해야 합니다. 사랑이 들어와야 부부가 회복되고 가정이 행복해집니다.”(153쪽)
책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사는 부부 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충고와 함께 힐링 포인트를 짚어준다. 특히 요즘 급증하는 이혼 문제를 신중하게 다룬다. 성격이 맞지 않아서, 고부 간 갈등 때문에, 외도 등으로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들에게 그는 “힘들지만 조금만 더 참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함께 산을 올라보라. 힘들게 산을 오르면 잡념이 없어지고 부부 사이의 어색함도 사라진다”고 권한다.
“보통 사람들은 결과, 즉 현상을 봅니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과정, 즉 본질을 봅니다. 그러니 좋은 열매를 맺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먼저 좋은 나무가 되십시오.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나 아내를 좋게 바꾸려 하지 말고 먼저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십시오.”(204쪽)
저자가 소개한 ‘부부생활 십계명’은 행복한 가정을 위한 팁이다. ‘단점의 눈은 감고, 장점의 눈만 뜨고 살아가기’ ‘어떤 경우에도 비교하지 말고 살아가기’ ‘돈을 사용하는 데 하나가 되기’ ‘서로 격려하며 신바람 나게 살아가기’ 등은 서로를 향한 약간의 존중과 배려만 있으면 얼마든지 지킬 수 있는 계명이다.
예비부부가 이 책을 읽으면 가정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밑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권태기를 맞았거나 콩깍지를 벗은 부부들이 본다면 배우자에 대한 기초공사를 다시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즉 상대를 부르는 ‘여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보배와 같다’는 뜻의 ‘여보(如寶)’로 생각을 전환하고 불러야 한다. 그 다음은 사랑하고 존경해야 한다. “너희도 각각 자기의 아내 사랑하기를 자신같이 하고 아내도 자기 남편을 존경하라.”(엡 5:33)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귀한 보배요, 아끼고 사랑해야 할 남편과 아내다. 그런 만큼 오늘은 귀하게 서로의 ‘여보’를 불러보는 건 어떨까.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책과 영성] 남편은 아내의 말 공감하고 아내는 말없는 남편 이해를
입력 2014-11-29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