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삼성그룹과의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자산 규모가 50조원대로 늘어나 재계 서열 10위에서 9위로 한 계단 올라선다. 한화는 이번 M&A를 통해 그룹 역사에서 성장의 모태로 인식돼온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위상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볼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방산·석유화학 국내 1위 도약=한화는 그동안 석유화학과 태양광, 첨단소재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활발한 사업구조 변경을 추진해 왔다.
한화는 이번 M&A로 삼성의 화학·방산 계열사들을 넘겨받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인수 규모만 2조원에 달하는 이번 거래를 통해 석유화학사업에서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방산사업에서는 기계·로봇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통해 2013년 기준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1조원 규모에서 약 2조6000억원으로 증가, 국내 방위사업 분야 1위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정밀기계 업체인 삼성테크윈과 방산전자 회사인 삼성탈레스 인수를 계기로 방위사업 자체의 규모 확대뿐 아니라 기계, 로봇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테크윈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10%도 확보하게 됨에 따라 방산산업의 핵심인 항공기 제조업에도 뛰어들 단초가 마련됐다.
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통해 18조원에 달하는 석유화학사업 부문 매출 규모를 갖추게 돼 석유화학산업에서도 국내 1위 업체로 올라선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한화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 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인 291만t으로 증대돼 나프타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나프타와 콘덴세이트(초경질 원유), LPG 등으로 원자재 포트폴리오까지 다양해진 부수 효과를 거둠으로써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과도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했다.
◇김승연 회장 복귀론 솔솔=초대형 빅딜이 성사되면서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의 복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은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최근 모두 이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선고받고 장애인 재활 시설에서 봉사를 해왔다.
김 회장이 사회봉사명령을 모두 이행함에 따라 조만간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삼성그룹과의 M&A도 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회장은 그동안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수많은 M&A로 그룹의 덩치를 키워온 만큼 이번 M&A에도 막후에서 실질적인 관여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번 M&A로 김 회장 세 아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장남 동관(31)씨와 차남 동원(29), 삼남 동선(25)씨 등 3형제를 두고 있다. 동관씨는 한화솔라원 영업실장(CCO)을, 동원씨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장을 맡고 있다. 승마 선수였던 동선씨는 10월 초 한화건설 매니저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삼성-한화 빅딜] 한화, 모태사업인 방위·석유화학 분야 강자로… ‘승자의 저주’ 우려도
입력 2014-11-27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