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홀로 사는 김복득 할머니의 애절한 황혼

입력 2014-11-27 03:37
평생 그리워한 가족들을 합성해 만든 액자 사진이 홀로 사는 김복득 할머니의 방에 걸려있다. 정장 차림의 젊은 시절 김 할머니(오른쪽 두 번째) 곁에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어머니와 꽃다발을 든 장남, 그리고 천진난만한 막내아들이 나란히 서 있다. 황인호 기자
서울 노원구 임대아파트 복도에 서 있는 김 할머니. 황인호 기자
[친절한 쿡기자] 하얀 정장으로 멋을 낸 중년의 여성 곁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서 있습니다. 두 여성의 양옆에는 졸업식장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는 아이와 해맑게 웃고 있는 더 어린아이가 있네요. 저 중년 여성은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복득(83) 할머니입니다. 한복 입은 사람은 김 할머니의 친정 엄마, 꽃을 든 아이는 일찍 세상을 떠난 장남, 웃는 아이는 교통사고로 숨진 막내아들이랍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인물마다 사진의 색감이 조금씩 다릅니다. 합성한 사진이라 그렇습니다. 지난달 갈수록 늘어가는 ‘1인 가구’의 삶이 어떤지 취재하면서 노원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김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할머니가 혼자 사는 집에 저 사진이 액자에 곱게 들어 있었습니다. 원래 각기 다른 사진이던 걸 할머니가 동네 사진관에 찾아가 이렇게 합성한 겁니다. 할머니는 “사진 속에서라도 가족과 함께 있고 싶었다”면서 “이 사진을 만드는 데 12만원이 들었다”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김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매달 40만원 남짓 받는데 전화요금 전기요금 등을 내면 10만원 안팎이 남습니다. 이 돈이 김 할머니의 한 달 생활비입니다. 김 할머니는 생활비를 털어 만든 이 사진에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3년 전만 해도 김 할머니는 경기도 교외 지역으로 일을 다녔습니다. 시금치단을 묶기도 하고 농사일을 거들었습니다. 일은 고됐지만 임금은 괜찮았다고 합니다. 하루 10시간 일하면 5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80세가 되자 누구도 김 할머니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집에 있게 된 후로 김 할머니의 생활 반경이 좁아졌습니다. 집 아니면 아파트 단지 내 채소가게가 들르는 곳의 전부입니다. 조그만 복도식 부엌에 방 2개짜리 집은 혼자 살기 부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안 곳곳에서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김 할머니는 “텔레비전이 사흘 동안 안 나온 적이 있었다”며 “그땐 정말 심심하고 쓸쓸해서 못 살겠더라”고 말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혼자 맞이하게 될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5년 전 1층에 살던 노인이 혼자 죽은 채 발견됐다는 말을 들은 이후부터랍니다. 김 할머니는 “나 죽어도 큰일이야. 죽어도 치워줄 사람이 없으니”라는 말을 달고 삽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혼자 살던 7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할아버지가 이틀 전쯤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고독사를 집계한 수치는 없습니다만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0년 647명에서 2012년 719명, 지난해 878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우리 주위에 쓸쓸한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외롭지 않게 한 번이라도 더 돌아보면 어떨까요.

황인호 김동우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