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50만원 초과 금액 신용카드 결제 시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한 감독규정을 다음달 중 폐지하기로 했다. 앞서 여신금융협회는 카드 부정사용을 막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개인회원 표준약관’에 넣었다(국민일보 11월 25일자 16면 참고). 금융위는 소비자 불편 해소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금융사고 방지 대책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는 26일 “2002년 도입된 규정을 여신협회가 뒤늦게 적용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거래 시 서명 비교 또는 비밀번호 입력 등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불편 해소를 위해 50만원 초과 거래 시 신분 확인 의무를 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소비자가 카드 뒷면에 서명을 해야 하고, 가맹점은 결제 시 서명이 동일한지 확인하도록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카드에 서명을 하지 않은 소비자가 많고 가맹점은 서명을 확인하지 않는다. 서명이 개인 확인 수단으로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밀번호를 통한 개인 확인 역시 IC 단말기 등이 도입된 곳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널리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 카드 뒷면에 서명이 돼 있지 않은 경우 신분증 확인을 요구해 부정사용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갖춘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등에서는 아예 카드 전면에 고객 사진을 부착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올해 초 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보안이 강조됐지만 규제완화 차원의 간편결제 바람과 함께 금융 당국은 이제 편의성만 강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감독규정을 폐지하려는 것은 카드결제 과정이 번거로워질 경우 고객들이 소비를 꺼려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협회 관계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규정에 따라 가맹점 약관에만 있던 내용을 개인 약관에도 넣어 신분 확인 과정에서 분쟁을 없애고 부정사용을 줄이고자 했던 것”이라며 “당국이 감독규정을 바꾸면 협회도 약관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거꾸로 가는 금융위… 50만원 초과 카드 결제 신분증 제시 규정 없애기로
입력 2014-11-27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