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인터뷰] “세르반테스 문체 살리려 방학마다 스페인 답사했죠”

입력 2014-11-28 02:42 수정 2014-11-28 15:20
“돈키호테는 스펙과 돈에 목매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소유 중심이 아니라 존재 중심의 삶을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거든요.”

17세기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가 성인 독자를 위해 두툼한 책 2권(돈키호테 1·2)으로 완역돼 열린책들에서 출간됐다. 고려대 스페인어과 안영옥(56) 교수가 5년 간 공들여 번역한 결과물이다. 돈키호테는 명작동화로 누구나 한번쯤 접한 고전. 대체로 기사 소설에 탐닉하다가 스스로 기사가 된 착각에 빠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떠나는 미치광이 얘기로 이해될 뿐이다.

안 교수는 2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돈키호테와 그를 따르는 우직한 시종 산초가 벌이는 모험의 여정은 ‘나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서 “공유경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넓혀지고 있는 시점에 책이 번역돼 뜻 깊다”고 말했다.

책이 출간될 당시인 17세기 스페인은 종교가 정치를 수단으로 삼는 사회였기 때문에 문학 작품을 통해 자유로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세르반테스는 웃음이라는 탁월한 장치를 이용해 당시 사회를 풍자한 것이다. 검열이 없는 자유로운 사회, 계급사회가 아닌 민주사회, 소유가 아닌 공유 등 자신이 꿈꾸는 유토피아적 세계관을 작품 안에 녹여냈다.

번역본은 우리가 잘 몰랐던 속편까지 아울렀다. 세르반테스는 첫 책이 나온 지 10년 뒤 2권을 냈는데, 여기서는 돈키호테와 산초가 한 일이 책으로 출판되어 세상 사람들이 두 사람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번역을 위해 안 교수는 2010년부터 매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스페인 답사에 나서는 열정을 보였다. 작품 속의 구어체 표현이나 지금은 사라진 어휘, 소설에 나오는 숱한 속담 등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알기 위해서다. 47도에 달하는 더운 날씨에 탈진해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는 안 교수는 그런 노력의 이유에 대해 “세르반테스의 문체를 살린 번역을 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세르반테스는 책 서문에서 ‘의미 있고 정결하며 잘 정돈된 단어들로 평범하며 울림이 좋고 유쾌하게’ 쓰고자 했다고 썼다. 책에 실린 19세기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를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