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세’ 문재인, 고민 깊은 까닭은

입력 2014-11-27 03:45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에게 호남 민심이 풀어야 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차기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고민하는 그에게 호남 승리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곳의 민심을 확실히 잡지 못한다면 당권을 잡는다 해도 언제든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문 비대위원은 현재의 당권 경쟁자 중에 가장 유력한 후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문 비대위원 측 인사들 사이에는 ‘호남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호남은 새정치연합 내에서 권리당원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곳 민심을 잡지 못한다면 문 비대위원이 주창해 온 공천제도 개혁이나 ‘네트워크 정당론’ 등을 밀어붙일 동력을 아예 얻지 못할 수 있다.

심지어 당 대표에 오른다 해도 ‘호남신당론’에 지속적으로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지지기반이 강했던 손학규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수정의사를 피력했다가 호남 민심이 등을 돌려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지난 3월 당 정강정책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호된 역풍을 맞았다.

당내 역학구도와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친노(친노무현)계가 호남 민심을 얻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친노계 좌장이었던 이해찬 전 대표의 경우 2012년 5월 광주·전남지역 당 대표 경선에서 3위에 머무른 바 있다. 또 친노계 서갑원 전 의원이 지난 7월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게 패배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호남의 반(反)친노 정서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당권 경쟁자인 박지원 비대위원 등은 공공연하게 “호남 민심이 친노 진영에 대해 곱지 않다”며 반노 정서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러나 문 비대위원 측은 호남이 2012년 대선후보 경선 때와 같은 선택을 해주리라 기대한다. 당시 문 비대위원은 광주·전남 지역 순회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48.48%)를 받았고, 전북에서도 1위를 지켰다. 문 비대위원 측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호남이 야당 대권주자를 버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출마한다면 호남 당원들이 전략적 선택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광주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문 비대위원은 ‘호남 구애’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그는 28일 분권성장과 균형발전을 테마로 전남 나주 혁신도시를 방문한다.

차기 당권주자들도 앞다퉈 호남을 찾고 있다. 박 비대위원은 이날 광주 전남대학교에서 ‘호남정치 복원,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강연에서 “당권·대권 분리가 호남 민심이자 당이 사는 길”이라며 문 비대위원의 불출마를 압박했다. 정세균 비대위원은 전날 전북대학교에서 특강을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