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 등을 전격 인수하면서 2조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26일 삼성그룹 측이 보유한 삼성테크윈의 지분 전량인 32.4%를 ㈜한화가 8400억원에,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57.6%(자사주 제외)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1조6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추후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의 경영 성과에 따라 한화가 1000억원을 삼성 측에 추가 지급하는 옵션도 설정돼 있어 한화가 삼성 측에 지불해야 할 액수는 최대 2조원에 달한다.
한화그룹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할 때에도 계약금을 납부한 뒤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해 중간에 인수를 포기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한화그룹 관계자는 “인수대금을 분납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재무적 부담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한화는 삼성테크윈 인수대금의 경우 거래가 완전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5년 6월 말에 전체 대금의 50%를 납부하고 1년 후인 2016년 6월 나머지 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는 거래 종료 시점인 2015년 6월말에 40%, 2016년 6월에 30%, 2017년 6월에 나머지 30%를 각각 납부한다.
인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져도 석유화학 분야에서 한화가 ‘승자의 저주’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삼성이 한화에 매각한 석유화학 분야는 삼성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다. 또 한화는 기존 PVC계열(폴리염화비닐) 사업에 치중했던 만큼 삼성종합화학이 사업을 벌여온 에틸렌, 프로필렌, 합성고무 등의 분야는 다소 생소한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R&D가 중요한데 생소한 분야에 대해 당장 연구를 시작해도 효과가 나오려면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리기도 한다”면서 “한화의 석유화학 사업 포트폴리오는 다양해지고 덩치는 커지겠지만 오히려 체질은 더 허약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 빅딜을 성사시킨 뒤 구조적 부실에 시달리는 상황이 한화의 석유화학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삼성-한화 빅딜] 최대 2조… 대금 분납으로 부담 최소화
입력 2014-11-27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