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소설가인 정철훈(55)이 한국문단 최후의 은둔 작가 손창섭(1922-2010)을 추적했다. 손창섭은 ‘비 오는 날’ ‘잉여인간’ 등의 단편을 썼고 전후문학의 대표작가로 불렸다. 그런 그가 1973년 일본인 아내와 딸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간 뒤 국내 문단과 소식을 끊고 30년 넘게 은둔했다.
손창섭의 은둔이 30년도 더 지난 2005년 저자는 그의 단편집 출간을 계기로 행방을 좇기 시작한다. 국내 출판계와 문학계 인사들을 상대로 오랫동안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일본 주소를 손에 넣게 되고 무작정 일본으로 향한다. 살아 있을까, 아니면 이미 유명을 달리했을까, 그가 살아있다 해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비행기를 탔다.
2009년 2월 도쿄의 노인병원에 누워 있는 손창섭을 만나는 순간, 한국 문학사의 비어있는 한 페이지가 비로소 완성됐다. 부인 오에노 여사로부터 저간의 사정을 듣고 일본 자택에 남아 있던 여러 편의 자전적 소설과 100여장의 미공개 사진도 입수했다. 손창섭에 대한 온전한 일대기로 손색이 없다.
김남중 기자
[손에 잡히는 책] 한국문단 최후의 은둔작가를 추적하다
입력 2014-11-28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