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문제라는 게 있다. 동물 복지, 동물 권리, 동물 윤리, 동물 해방 등이 포함된다. 누군가에겐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문제가 아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민감한 이슈다. 이 문제를 중요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가둬 사육하고 관람하는 행위는 점차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육식 역시 윤리적 이슈로 부상 중이다. 동물 문제는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동물의 권리’는 프랑스 작가가 동물 문제에 혁신적 시각을 제시한 세 명의 세계적 권위자와 나눈 대담을 나란히 수록했다. 동물 문제 전반을 폭넓게 이해시켜 주는 한편 이 문제를 둘러싼 세계적 논쟁의 최첨단을 보여준다.
프랑스 출신의 동물행동학자 보리스 시륄닉은 “동물들이 비록 말을 하지는 못해도 그들 나름대로 사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날, 우리는 사람들을 웃기게 하려고 동물들을 동물원 우리에 가두고 모욕했던 우리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1980년대 초반 ‘원숭이의 기억과 인간의 언어’라는 책을 통해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라고 여겨졌던 문제들을 동물이 어떻게 제기하는지 보여줬고, 동물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열정적인지, 그때까지 사람들이 생각하던 것과 달리 ‘기계’와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를 확인하게 해줬다.
1976년 ‘동물해방’이라는 선구적 저작을 발표한 동물해방운동의 창시자 피터 싱어는 만약 지각 있는 존재로 정의된 동물이 권리가 있는 도덕적 주체로 간주된다면, 이를 어떤 동물에게까지 확장할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이 이에 해당한다”고 답한다.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모든 윤리적 입장과 도덕적 결정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고대 철학자들부터 현대 사상가들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탐구한 역작 ‘짐승들의 침묵’(1998년)을 쓴 프랑스 철학자 엘리자베스 드 퐁트네는 “동물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고래를 집단적으로 학살해 멸종시키는 것을 죄로 단정하는 것은 정당한 일인가? 퐁트네는 “인간이 살해당하는 동물의 눈을 보고서도 ‘이건 단지 동물일 뿐이야’라며 지나치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한다. 그는 또 “우리에게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신을 스스로 방어하고 드러내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했다.
세 사람과의 대담을 진행한 카린 루 마티뇽은 “세부적으로 서로 의견이 엇갈리기는 해도, 그들은 결국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것은 바로 인간과 동물 사이 관계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쓸 때가 왔다는 것이다”라고 후기를 적었다.
책에서 대담자들은 동물 문제에 늘 따라붙는 끈질긴 질문에도 적극 답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전쟁이나 재난, 가난 같은 비극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왜 하필 동물에게 신경을 써야 하느냐는 물음이다.
대담자들은 그들에게 반문한다. 동물의 고통에 무관심하다고 해서 인간의 재난이 줄어드느냐고. 인간의 고통에 민감한 이들이 동물의 고통을 모른 척할 수 있느냐고.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이제, 동물에 대해 얘기해보자
입력 2014-11-28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