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런 윌슨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으로 촉발된 ‘퍼거슨 사태’는 여전히 뿌리 깊은 미국 내 인종 간 대립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피부색의 차이만큼이나 현격하게 갈렸다.
허핑턴포스트와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25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28%는 윌슨이 유죄이며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23%는 정당한 행위였다고 답했다. 대배심 평결 직전 실시한 CNN 여론조사에서도 살인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응답이 32%, 불기소해야 한다는 응답이 31%로 나타나 엇갈린 증언만큼이나 찬반도 팽팽히 맞섰다.
인종별 분석 결과 흑백 간 시각차는 더욱 극명했다. 흑인 응답자의 64%가 윌슨의 유죄로 판단했지만 백인은 22%만 유죄라고 답했다. 백인의 22%는 ‘총격이 정당했다’고 답해 흑인 응답자의 4%에 비해 7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처벌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도 큰 격차를 보였다. 흑인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3%가 ‘경미한 처벌에 그칠 것’이라고 답해 기소 여부를 떠나 법 집행이 불공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응답을 한 백인 응답자 비율은 22%에 그쳤다. 특히 ‘총격은 경찰이 흑인을 대하는 일상적 방식인가’라는 질문에 74%의 흑인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해 같은 응답을 한 백인 비율보다 43% 포인트나 높았다. 여전히 미국 내 흑인들은 공권력이 피부색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된다고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반영하듯 인종과 관계없이 대다수 응답자들은 이번 사태를 예고된 파국으로 인식했다. 대배심 결과 발표 직전에 이뤄진 조사에서 ‘지역 정치인들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한 응답자는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3%는 기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폭력 시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건의 진상규명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첨예한 인종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사실을 대다수 미국인들은 자인하고 있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美 흑백갈등 격화] 흑인 4%·백인 22% “총격 정당했다”… 흑백간 시각차 극명
입력 2014-11-27 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