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주 퍼거슨시에 사는 흑인 남성 션 잭슨(45)은 운전할 때마다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백인 경찰이 불러세울까 걱정돼서다. 그는 25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백인 경찰로부터 멈추라는 지시를 받았고, 수색을 당하다 범칙금 딱지를 떼인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흑인이 백인 경찰의 단골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비무장 상태의 18세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사살한 백인 경찰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한 이후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단순히 특정 재판 결과에 대한 반발로만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사회에 만연한 흑인에 대한 편견에 저항하는 성격이 강하다.
AFP통신은 미 법무부 통계를 인용해 흑인의 경우 운전 중 경찰로부터 ‘정지하라’는 요구와 함께 수색을 당하는 비율이 백인에 비해 3배 많다고 지적했다. 또 공권력 행사의 대상이 백인에 비해 흑인이 4배 더 많다. 흑인은 미 전체 인구의 13%에 그치지만 각종 사건사고의 희생자가 되는 비율은 32%에 달한다.
미국사회 백인들은 ‘흑인이 사고를 많이 친다’고 여기지만 흑인들은 ‘흑인이라 억울하게 당한다’고 항변한다. 폭동의 진원지인 퍼거슨시는 이런 편견과 갈등이 대표적으로 표출된 지역이다. 퍼거슨은 인구의 3분의 2가 흑인이지만 현지 경찰은 대부분 백인이다. 많은 흑인들은 퍼거슨시의 백인 경찰들이 이른바 ‘인종 프로파일링’(인종적 편견에 기반을 둔 범죄자 추정)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흑인들은 여전히 노예시대에 살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흑인 부모들은 아이들이 경찰에 의해 총격을 받을까봐 “경찰이 세우면 무조건 두 손을 올리고 ‘예, 경관님’이라고 존대어를 쓰라”고 가르친다.
뉴욕타임스(NYT)는 퍼거슨시를 비롯한 많은 도시들에서 경찰들이 힘없는 사람들을 자주 교통 범칙금 부과 대상으로 삼는다고 지적했다. 범칙금은 흑인들에게는 금전적 압박과 함께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종갈등으로 비화하기 쉬운 사건을 당국이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퍼거슨 폭동이 미 전역으로 확산된 것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NYT는 조사 결과의 객관성을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도록 해야 했지만 현지 사법 당국은 오히려 비전문가들인 대배심에게 판단을 맡기는 무책임한 방식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또 통상 며칠이면 끝나는 심리를 무려 3개월이나 끌면서 사태를 키웠고, 게다가 밤시간에 불기소를 발표해 ‘심야 폭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흑인들은 사건 이후 “내가 죽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 만큼은 흑인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겠다는 각오로 계속 거리로 나서는 것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이슈분석-美 폭동 확산 왜?] 뿌리깊은 흑인 편견… 당국 부실대처 ‘도화선’
입력 2014-11-27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