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 빅딜] 3남매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도 수정 불가피

입력 2014-11-27 03:01

삼성의 숨가쁜 사업재편 행보는 ‘이재용의 삼성’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진행되는 시나리오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그룹을 잘 승계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그가 선택한 주력사업인 전자와 금융·의료기기 등을 중심으로 핵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이 화학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삼성가 3남매에 대한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를 맡고,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와 건설 및 중화학 계열사를, 이서현 사장이 패션 및 광고 계열사를 각각 맡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삼성종합화학 매각으로 이 같은 관측은 자연스럽게 틀린 것이 됐다. 이부진 사장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지분 4.95%도 한화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서현 사장이 패션과 광고 쪽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 역시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후계 구도는 결국 누가 어느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이서현 사장이 패션과 광고 계열사를 맡게 될 것인지 여부도 지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8.37% 보유하고 있지만 제일기획 지분은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그룹 분할 대신 삼성이 지주회사 형태로 재편돼 이 부회장이 전체를 이끌어 가는 구도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상사·유통·레저(리조트) 부문을, 이서현 사장은 패션사업과 광고·미디어 사업(제일기획)을 전담하지만, 그룹이 지주회사 형태로 묶이면서 따로 나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현재 제일모직을 정점에 두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이 지주회사 형태로 떠받치는 새로운 출자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IT·소재,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기타 부문의 지분구조 단순화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순환출자구조를 단순화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수월하게 만든다는 것인데, 중화학과 방위산업 계열사들은 지분구조상 출자구조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너 일가 지분도 거의 없다. 삼성이 중화학·방위산업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하기로 비교적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룹 지배구조와 무관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