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는 왜 등에 혹이 있어? 코끼리는 왜 코가 길어? 코뿔소 가죽은 왜 쭈글쭈글해?
졸졸 쫓아다니며 왜를 연발하는 자녀 때문에 귀찮았던 대한민국 아빠들. 속으론 뜨끔했을 것이다. 피곤하다고, 바쁘다고 핑계 댔지만 기실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던 질문이라 답이 궁했던 게 진짜 손사래 친 이유가 아니던가.
영국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정글북’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1865∼1934)이 쓴 책 ‘아빠가 읽어주는 신기한 이야기’(원제: Just So Stories)는 그런 점에서 감동적이다. 아이들이 가질 법한 엉뚱한 질문에 놀라운 상상력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 조곤조곤 들려준다. “이제 다음 이야기란다. 낙타의 등에 혹이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지.”
낙타는 너무 게을러 벌을 받아 사흘 동안 먹지 않고도 일할 수 있게 혹이 생겼다거나, 코끼리는 호기심 때문에 코가 길어졌다는 등의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알면 짠해진다. 1899년 어느 겨울, 아내 친정인 뉴욕에 온 가족이 갔는데, 어린 딸이 급성 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만다. 키플링은 딸에게 바치는 이 이야기를 쓰며 자식을 가슴에 묻은 슬픔을 견딜 수 있었다.
그 눈물겨운 사연의 책이 새로운 번역으로 레디셋고 출판사에서 나왔다. 2001년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으나 12꼭지의 이야기가 완역된 건 처음이다. 번역에는 키플링처럼 어린 자녀를 둔 평범한 아빠들이 나섰다. 금융회사 컨설턴트, 의사, 변호사, 드라마 작가 등 직업은 다양하다. 번역이 처음인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자식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선지 문장이 매끄럽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빠와 이웃집 아빠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책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어린이책-아빠가 읽어주는 신기한 이야기] “왜∼?” 엉뚱한 질문에 놀라운 상상력으로 답하는 아빠
입력 2014-11-28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