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잃는 금·은 가격… 4년반만에 최저

입력 2014-11-27 02:14

금과 은의 국제가격이 2010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증시가 활황인 미국에서는 지난 4년 동안 금을 사들인 사람은 손실을 입은 반면 주식투자자는 대체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금 국제가격은 지난 5일 온스당 1140.03달러로 2010년 4월 이후 4년 반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28% 급락했던 금값은 올해 초 1200달러로 출발해 3월 1380달러까지 올랐으나 7월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금은 달러화 자산의 대체재로 안전자산의 성격을 갖고 있어 달러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7월부터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금값이 하락 압력을 받은 것이다.

인플레이션 요인도 금값에 영향을 미쳤다. 물가가 높을 때 인플레 방어수단으로 금 투자 매력이 증가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디플레 우려가 제기되면서 금값이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금 보유 규모도 크게 줄었다.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트러스트(GLD)’의 금 보유량(지난 13일 기준)은 연초 대비 9.7% 감소한 720.62t으로 6년 만에 최저치다.

은 국제가격 역시 지난 6일 온스당 15.28달러로 연초 대비 17% 하락하며 2010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은값의 경우 산업용 은 수요 둔화로 가격 하락 압력이 가중돼 금값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현대증권 한지윤 연구원은 “디플레 우려와 달러 강세로 내년 상반기까지 금·은 가격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출범한 지 10년 된 GLD의 수익률과 미국 증시 수익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2007년 10월 이전에 GLD에 투자한 사람은 같은 시기에 S&P500 주식을 사서 보유하고 있는 사람보다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높지만, 2007년 10월 이후엔 주식에 투자한 쪽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금을 사들여 계속 보유한 투자자는 손실을 보고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