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가 된 이제야 제 소명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선교사로 새로운 인생을 살 겁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근배(60·사진) 서울 신촌감리교회 장로는 이같이 말했다. 박 장로는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선교 사역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만들어진 ㈔러브월드의 이사이기도 하다. 그는 다음 달 1일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해 선교사로서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한다.
“마닐라에서 멀지 않은 리잘 지역에서 사역을 할 생각입니다. 저의 목표는 현지 선교사나 은퇴 목회자들이 묵는 숙소인 ‘선교타운’을 짓는 겁니다. 그리고 현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학교도 설립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박 장로는 20년 넘게 금융계에서 일했다. 1980년 전국은행연합회에 입사한 그는 기획과 홍보 업무 등을 담당하다 2003년 퇴사했다. 사업가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손대는 사업마다 번번이 실패했다. 2003년 11월 서울 답십리에 개업한 골프연습장이 시작이었다. 장사가 안 돼 2006년 소고기 수입업에 손을 댔다. 그러나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로 된서리를 맞았다. 이듬해에는 태국 골프투어를 알선하는 회사를 차렸는데, 2010년 태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면서 이 사업 역시 접어야 했다.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나는 사업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구나.’ 이런 상황에서 4년 전부터 갑자기 몸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음식을 잘못 먹으면 몸이 붓는 정체 모를 병에 심한 비염까지 앓게 됐습니다. 그런데 태국이나 필리핀처럼 따뜻한 나라에 가면 괜찮아지더군요. 해외에서 선교 소명을 감당하라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장로는 지난해 3월 감리교신학대 평생교육원에 입학해 1년 과정의 ‘선교사 훈련과정’을 이수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최소한 10년은 선교사로 살 계획”이라며 “건강만 허락되면 여든 살이 돼서도 선교 사역을 감당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박지훈 기자·사진=허란 인턴기자
“뒤늦게 깨달은 선교 소명… 말씀 따라 인생 후반전”
입력 2014-11-27 02:36